(식량식민지 한국)①사라지는 신토불이 밥상
2013-05-14 10:00:00 2013-05-14 10: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1970년 86%에서 2011년 22%대로 급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당장의 식량수급불안은 수입을 통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식량자급률이 떨어지고 수입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장기적으로 세계 식량시장의 상황에 따른 국내 식량시장의 변동률은 커진다. 특히 세계적 기상이변과 불안정한 국제곡물시장의 여건은 이미 위험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국내 식량자급률은 '식량 안보'의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뉴스토마토는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실태를 분석하고 문제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기획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2013년 5월 서울에 사는 30대 미혼 직장인 A씨의 식단에서는 국산보다 수입산 재료를 찾는 게 더 쉽다.
 
바쁜 아침에 100% 수입산 밀가루로 만든 식빵과 역시 100% 수입산인 커피로 끼니를 때운 A씨가 점심 때 찾은 설렁탕집에서는 호주산 소뼈와 고기로 국물을 우려낸 설렁탕과 중국산 김치가 일상적인 메뉴다.
 
저녁 회식자리에선 포항에서 공수해왔다지만 사실은 러시아산 꽁치를 적당히 말려 만든 과메기에 소주한잔을 곁들이고, 2차로 수입맥주 전문점에서 미국산 아몬드와 건포도 등 견과류와 베트남산 한치를 안주삼아 독일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수입산의 식탁점령은 비단 A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돼지고기와 쇠고기, 닭고기 등 주요 육류의 수입산 비중이점차 확대되고 있고, 주식이 쌀에서 밀가루로 상당부분 전환되면서 수입밀에 대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식량수급 해외 의존정도 높아..식량안보 위기
 
양파와 마늘, 배추, 고추 등 웬만한 야채와 양념은 중국산이 아닌 것을 찾기가 어려워졌고, 심지어 지역 특산물인 삭힌 홍어도 지구반대편에서 잡힌 칠레산으로 제조하고, 과메기나 황태도 러시아산이나 태국산 꽁치와 명태로 만들 정도가 됐다.
 
국제화 시대에 수입산 식품을 원천 차단할 수는 없지만, 식량을 해외에서 의존하는 정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은 식량안보의 문제로 직결된다.
 
석유자원이 집중돼 있는 중동의 정세와 정치적인 문제가 세계의 에너지가격을 좌우하고 있는 것처럼 특정지역에 생산이 집중돼 있는 식량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특정 지역의 기후변화나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국내 식량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태도 초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수급 상황을 살펴보면 이런 우려는 이미 상당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소,농림부)
 
한국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75년 729만5000억톤이던 국내 식량생산량은 2011년에 484만6000톤으로 약 33.6%가 감소했다. 반면에 식량수입은 1975년 301만2000톤에서 2011년에 1587만6000톤으로 약 5.3배나 증가했다.
 
식량 수입의 상당부분은 사료용 수입곡물이 차지하고 있다. 사료 곡물은 곧 소와 돼지, 닭 등의 사육에 투입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육류 자급률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식량자급률은 1975년 73%에서 2011년에는 22.6%로 크게 줄었다.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도 1975년 79.1%에서 2011년 44.5%로 대폭 하락했다.
 
수입산에 대한 의존도는 국내 경지면적과 연동돼 움직인다.
 
국내 식량생산의 기반이 되는 농경지 면적은 1968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이며, 1988년에 214만헥타르(㏊)였던 농경지는 2011년에는 약 170만㏊로 축소됐다.
 
덕분에 100% 안팎이던 쌀 자급률은 2011년에 83%까지 떨어졌고, 1970년도에 15%가 넘던 밀 자급률은 2000년 이후에 1% 이하로 자급률 제로를 향하고 있다. 1970년도에 100% 자급률을 보였던 보리쌀도 2011년에 22.5% 자급률를 기록했다.
 
◇식량자급률 44.5%, 쌀자급률 83%..지속 하향세. 가격불안 야기
 
특히 쌀의 생산기반인 논 면적은 2010년 98만4000㏊에서 2030년에는 83만2000㏊, 2050년에는 64만3000㏊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어 장기적으로 쌀 자급률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식량자급률 하락은 식량가격 안정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비용을 들여 자급하는 대신 수입을 늘리면 가격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지난해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자 국내 밀가루제품의 가격은 일제히 올랐다. 밀 자급률 1%의 현실이다.
 
국산과일을 대체해 가고 있는 수입과일의 가격도 마찬가지다.
 
칠레산 포도나 필리핀산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올해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산지의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1분기 국내 판매가격이 크게 올랐다. 바나나의 경우 최근 가격이 가격이 30% 이상 뛰었다.
 
FTA로 가격 안정세를 보였던 미국산 아몬드와 호두 등 견과류는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게 나오면서 공급대비 수요가 늘어 아시아 수출가격이 20% 가까이 인상될 전망이다.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식량자급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식량자급은 대규모 토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오히려 식량안보지수는 105개국 중 21위로 높은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촌경제연구원 김창길 선임연구위원은 "식량문제는 정책적 대응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은 국가적 위험관리 측면에서 단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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