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시행 중인 각종 농업인 육성책이 농민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인 육성책이 얼마나, 어떻게 운영되는지 파악도 못해 탁상행정의 한계라는 비판까지 낳고 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농업인 육성책은 크게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과 각 시·도별 자체 정책으로 나뉜다.
농축산부의 농업인 육성책은 지난 1981년부터 시행 중인 후계농업경영인 제도가 대표적이다. 4일 농축산부의 농림사업시행지첨서에 따르면 농업인을 위한 각종 교육과 컨설팅, 자금 등을 지원하는 후계농 제도에는 올해 약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는 경상북도가 2007년부터 시행중인 농민사관학교가 있다. 농업 최고경영인(CEO)을 기른다는 목표 아래 품목별 맞춤형 교육과 자격층 취득을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가지원 정책 소개>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현장 체감효과 크지 않은 농업인 육성책
그러나 이같은 농업정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농산물 가격은 물가에 따른 영향이 커서 안정적 수익확보가 어렵고 수입 농산물까지 들어온 상황이라 후계농 제도나 영농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서다.
강원도 인제군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원모(64)씨는 "후계농이니 귀농이니 하는 것도 딴 나라 이야기"라며 "애써 키운 농산물이 제 값이나 받게 물가부터 관리해달라"고 말했다.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고기값이 얼만지부터 알고 고기를 잡게 만들라는 말이다.
경북 영양군에서 사는 전모(48)씨 역시 "후계농으로 선정됐거나 농민사관학교를 졸업했다 해서 생활이 크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며 "농촌진흥센터 같은 곳에서 하는 교육을 들어보면 정부가 농업에 대해 좋게만 말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농업인 육성책
농업 인력 양성의 주무 부처인 농축산부는 현재 후계농 제도를 비롯해 귀농·귀촌 지원사업, 취약 농어가 인력지원 사업, 농어업인 컨설팅 사업 등 다양한 농업인 육성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적 통계는 물론 농촌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가 없는 상태다. 더군다나 각 지자체의 농업인 육성책에 대해서는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제도가 있다는 걸 아는 농민만 계속 수혜를 받는 중복 혜택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축산부 경영인력과 관계자는 "농민이 필요한 교육과 제도 지원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중복 혜택의 문제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농업인 육성책 현실성 높여야"
이처럼 차린 실제 먹을 것은 없는 상차림만 요란하다보니 정책의 현실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일본 등 농업 선진국의 농업 정책자금 금리는 평균 1%대지만 우리는 3%"라며 "금리를 1%대로 낮추고 농업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농연 관계자는 "농가의 실질소득을 높여서 농사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농업인 육성의 핵심"이라며 "정부는 틈만 나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만든다지만 지금 농촌 현실은 어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귀농인구가 3만명을 넘었다고 했지만 10명 중 1명은 귀농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화두에서도 농촌은 배제됐다"며 "기업간의 임금 격차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못지않게 도시와 농촌, 부농과 빈농의 격차를 줄이는 농업인 육성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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