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故 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허위 ‘차명계좌' 발언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이 조 전 청장의 진술을 전면 부인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전주혜)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 전 이사장은 "조 전 청장이 왜 나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임 전 이사장은 "조 전 청장이 나를 2010년 3월경 하얏트 호텔 일식당에서 독대해 만났다고 하지만 그런 적 없고, 또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 차명계좌나 권양숙 여사가 특별검사 도입을 무마하려고 시도했다는 얘기도 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또 "조 전 청장은 지난 3년간 나에게 차명계좌 이야기를 물은 적 없다. 물었다면 그것에 대해 해명도 하고 변명도 했을 텐데, 나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는 방송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앞서 조 전 청장 측은 지난달 23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강연 전에 만나,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유력 인사는 임경묵 이사장"이라며 "검찰을 잘 알고, 당시 대검 수사기획관하고도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으며, 재판부는 임 전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편 이날 임 전 이사장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계 경감 김모씨는 "문재인 의원이 조 전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던 날 서초동 검찰청 근처에 있다가 아는 선배인 법무사를 만나러 갔다. 그 분은 대검 중수부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을 총괄했던 분인데, 그 분이 마침 문 의원 관련 뉴스를 보면서 혼잣말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어 "그 분이 '다시 수사하게 되면 시끄러울 텐데. 검찰 수사자료 다 내놓으라고 하면 어쩌려고. 차명계좌가 있던건 사실인데'라고 말했다"면서 "다만 그 내용은 한 번에 들은 이야기가 아니고 몇 번 찾아가서 들은 얘기를 퍼즐조각 맞추기로 종합한 내용"이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또 "비자금 추적팀장이었던 이씨가 1심에서 이미 나온 여자행정관 계좌내역을 보고 '수사는 10만원권 수표 원계좌를 추적하면 나오는데 중단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지금 진술에 대한 사항은 이미 1심에서 차명계좌가 아니라고 확인이 됐는데 그것을 보고 차명계좌라고 했다는 것이냐. 당연히 이 사건 당시 검찰이 수사한 계좌는 있었다. 어떤 차명계좌를 말하는 거냐"고 반문하자 김씨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은 내용이다. (여행정관 계좌 외에)다른 계좌가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이씨에게 처음으로 차명계좌 이야기를 듣고 나서 조 전 청장에게 보고했다. 피고인의 부탁이기도 하고 친해서 몇 번 더 이씨에게 관련 내용을 물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부는 "유감스럽게도 증인이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라고 지목한 임 전 이사장은 오늘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누구로부터 듣고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취지로 강연을 한 건지 소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전 청장측 변호인은 "하얏트 호텔은 예약 명부 기록을 보관하고 있으니, 2010년 3월경 하얏트 호텔 예약자 명단과, 임 전 이사장이 조 전 청장을 독대해 만났다고 진술한 힐튼 호텔의 같은 시기 예약 명부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자료, 노정연씨, 여 행정관, 노 전 대통령에 영상 녹화수사자료 등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신청을 한다"며 "이 내용은 1심 재판부는 심리하지 않은 부분이다. 수사자료를 보면 분명히 차명계좌 관련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재판부는 하얏트 호텔 등에 대한 예약자 명단 사실조회 결과, 변호인 측이 신청한 수사자료 등에 대한 검찰측 의견을 들어보고 나서 이에 대한 체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 전 청장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 달 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임경묵 전 국가안보연구소 이사장(사진 오른쪽)이 조현오 전 서울경찰청장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지인과 함께 서울중앙지법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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