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야간의 지나친 인공조명을 공해로 규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산업계가 불만을 나타내고 지방자치단체별 법 적용기준이 달라 탁상행정으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야간조명을 제한하는 빛 공해 방지법 시행에 들어갔다. 건축물, 시설물, 조형물에 설치되거나 자연환경을 장식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명기구의 야간 밝기를 10lm/㎡~25lm/㎡로, 휘도(단위 면적당 빛의 방출량)는 20㏅/㎡~1500㏅/㎡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반하면 5만원~1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빛 공해 방지법 과태료 부과 기준>
(사진제공=환경부)
법 시행 배경은 도심 야간 조명에 대한 민원 증가와 에너지 낭비 때문이다. 14일 한국조명연구원 관계자는 "2005년 30건이었던 민원이 2011년에는 1100여건"이라며 "빛이 밝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다는 항의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과 조명업계는 울상이다. 경관 조명이 화려해야 잘 팔리는 건축물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조명기구제조협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조명기구 판매가 많이 줄었다"며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하면 될 일을 왜 법으로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자체별로 인공조명에 대한 대책수립과 조례를 만들게 해 지역별로 법 적용 기준이 다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교회의 십자가 첨탑 등은 옥외 광고물이 아닌 상징물로 규정돼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 법 적용의 형평성 논란마저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도시와 시골처럼 조명이 많이 몰린 지역과 안 그런 지역에 따라서는 법을 따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빛 공해 방지법은 아예 밤에 조명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적당한 조명으로 쾌적한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라서 시민에게 거부감을 덜 주는 종교 상징물은 제외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산업부와 업계 관계자들은 빛 공해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건물 설계에서부터 빛을 줄이는 시공법을 쓰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야간 조명으로 전력낭비가 심해 밝기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만큼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며 "특히 건설과 조명업계, 간판업계, 영세상인들의 반발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건물을 짓고 관련 기자재를 넣을 때 가급적 고효율에너지 제품을 사용하게 하지만 고효율 조명기구일수록 빛 공해가 심하다"며 "건물을 지을 때부터 빛 공해가 적은 제품을 쓰거나 조사각(빛이 나가는 각도)를 고려한 시공을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애초에 조명을 밝게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주변의 조명환경을 개선하자는 주장도 있다. 또 산업계 스스로가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적절한 밝기를 내는 조명기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명연구원 관계자는 "야간에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은 주변 조명이 그 만큼 세기 때문"이라며 "적은 밝기로도 조명을 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명업계 역시 보다 효율적인 조명기구를 개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절약 문제가 커지고 선진국도 지나치게 밝은 빛을 공해로 인정하고 있어서 국민적인 의식개선과 함께 업계도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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