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식민지 한국)④종자부터 점령한 수입산
종자시장 점유율 1%..국산 종자 멸종 우려 현실로
2013-05-20 13:00:00 2013-05-20 13: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계는 지금 종자전쟁이 한창이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종자산업은 미래형 전략산업으로서의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종자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요 종자기업이 외국기업으로 팔려나가서다. 이에 따라 종자업계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산 종자가 멸종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외국기업의 국내 종자산업 잠식은 먹거리 문제를 벗어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종자 자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15년동안 종자 식민지
 
우리나라는 1997년을 전후해 국내 종자기업이 외국으로 팔려나갔다. 청원종묘가 일본 사카타에 인수합병(M&A)된 것을 시작으로 흥농·중앙종묘가 다국적기업 세미니스에, 서울종묘가 노바티스에 팔리면서 종자업계 '빅3'가 모두 외국 종자기업에 넘어간 것이다.
 
<국내 진출 다국적 종자회사의 인수합병 현황>
(자료제공=한국농촌경제연구원)
 
팔려간 기업들은 풍부한 종자와 자체 육종연구소를 보유하는 등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국산 종자기업 매각은 국내 농업계를 충격에 빠트렸고 그 여파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지난 15년 동안 우리나라는 '종자 식민지'였던 셈이다.
 
2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종자 로열티로 외국에 지불하는 돈만 한해 200억원 규모"라며 "장기적으로 종자와 식량이 국가 기반산업이 되고 무기화될 때 우리나라는 아무 대책없이 무너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종자 식민지는 축산분야에서도 진행된다. 농작물분야에서 종자기업 매각이 이뤄졌다면 축산분야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가격하락과 폐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산 돼지·닭·소고기 등이 관세인하로 낮은 가격에 들어오는 터에 전반적인 육류 값이 폭락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2만7000톤으로 전달에 비해 34.7%나 증가했다. 하지만 수입량 증가에 따른 ㎏당 돼지 도매가는 지난해 같은 달의 4293원 보다 30% 내려간 3009원으로 집계됐다.
 
농가가 고생해서 국산 돼지를 사육해봤자 인건비나 사육료도 못 건질 만큼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정부에서도 축산업계를 위한 보호책이나 농가 육성책을 만들어 내지 않아 축산농가들은 자진해서 농장을 접는 사태마저 생기는 실정이다.
 
<세계 종자시장 규모>
(자료제공=국제종자연맹(International Seed Federation))
 
◇작게는 식품산업, 크게는 생명·의료산업과 직결
 
국산 종자가 수입산에 의해 잠식될 때는 단순히 먹거리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종자시장이 수입산에 점점 잠식되면 종자기업은 영세화 된다"며 "국내 종자기업이 경쟁력을 잃는 것은 물론 종자산업의 발전까지 저해되고 좁은 시장에서 우리끼리 경쟁하다 자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육종기술의 취약성 문제도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김치의 원료인 배추, 무 등을 제외하면 육종기술이 전무하다"며 "고부가가치 품목인 양파, 토마토, 파프리카 등은 물론 화훼, 과수 종자에 대한 육종·원천기술이 미국과 일본보다 열악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종자산업 발전을 위한 육종관련 전문인력 양성은 꿈도 꾸지 못하고, 주요 종자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비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기준으로 국내 약 170여개 영세 종자기업 중 직원이 10명 이상인 곳은 10여곳이 채 되지 않는다. 또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종자수출은 3900만달러인데 반해 수입은 그 3배인 9900만달러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15년만에 국산 종자산업이 완전히 무너졌다"며 "종자산업은 작게는 식품산업, 크게는 생명·의료산업과 직결되기 때문에 국산 종자를 지키고 육성할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자 자급대책 절실..종자기업 규모화, 개인 육종가 양성
 
종자 업계와 농업 전문가들은 국산 종자산업 발전과 자급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자산업이 국가 기반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정부가 종자산업 보호하고 종자기업을 육성할 책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농촌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종자 연구를 집중 지원하고 민간 종자기업은 종자 상업화에 힘써야 한다"며 "종자산업을 이끌 종자기업의 역량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국산 종자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다. 종자원 관계자는 "정부는 늦기 전에 전문인력 양성과 육종·가공·판매 등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국산 종자개발을 장려하고 개발자를 지키는 '품종보호제도' 의 실효성도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종자업계 관계자는 "종자산업은 규모의 경제원리가 적용되는 분야라서 종자기업의 규모화가 필수"라며 "고부가가치 품종에 대한 전략적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자기업 육성 만큼 개인 육종가 지원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농업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농가가 늘고, 농촌 등에서는 아직까지 개인농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립농업과학원 관계자는 "종자기업이 고부가가치 품종에 대한 연구개발을 집중할 때 개인 육종가는 틈새 품종을 노려야 한다"며 "일본처럼 기업이 개인 육종가를 지원해 틈새 품종을 개발시킨 뒤 이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은 자체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도 종자를 개발할 수 있고 개인 육종가는 종자연구에 성공하면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산 종자를 개발하면서 기업과 개인 육종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어 농업 종사들의 상생방안으로도 주목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