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글로벌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돈을 풀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되레 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 자금이 실물경제를 자극하지 못한 채 금융시장에서만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디스인플레이션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경기둔화 등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서 오르지 못하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 올 들어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물가상승 압력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의 지난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1.7%로 2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대비 0.4% 낮아졌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진 것이다.
유럽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2%로 지난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였다.영국은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로 전월대비 0.4%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헝가리도 4월 물가상승률이 전년대비 1.7%로 39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적완화에 따른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그 만큼 돈이 실물 경기에 흘러들어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특히,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회복이 더뎌지면서 수요 부진에 따른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물가를 낮은 수준에서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선진국에 이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면서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유동성이 주식시장 등 금융자산으로만 몰리면서 예상치 못한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일본은 지난해 말 이후 50%, 필리핀과 태국 등 신흥국의 주가도 전년대비 40%이상 급등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조정을 예상하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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