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명은기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예상 밖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지난 7~9일 3일간 전국 1341개 상영관에서 관객 206만4579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수는 349만1403명으로 늘어났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앞서 개봉 첫날 49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도둑들'이 세웠던 역대 한국영화 개봉 당일 최다관객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최단 기간인 개봉 36시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 5일 개봉한 '위대하게 은밀하게'는 총 제작비 70억원이 투입된 영화로, 이미 손익분기점(220만 관객)을 넘어섰다.
(사진제공=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이 같은 흥행 성적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는 개봉 전 평단으로부터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원작인 웹툰의 단순한 이야기 구조와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짜임새와 캐릭터의 밀도가 떨어지는 취약성을 드러냈다.
그리고 배우 캐스팅에서도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무게감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남자주인공 김수현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라는 점이 관심사였지만 지금과 같은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더욱이 김수현과 함께 박기웅, 이현우 등 젊은 배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고 손현주를 비롯한 중견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부족하다.
또 비슷한 시기 '스타트렉 다크니스', '분노의 질주 : 더 맥시멈', '애프터 어스' 등 물량공세를 앞세운 할리우드 대작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 전망을 어둡게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고 한국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
이번 흥행에는 일종의 팬덤 현상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김수현 보러 극장에 들어갔다가 이현우한테 빠져서 나왔다"라는 내용의 감상평을 올리고 있다. '김수현 효과'로 불러들인 관객들에게 또 다른 배우의 매력이 어필되면서 팬덤 현상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셈이다.
(사진제공=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은밀하게 위대하게'은 최근 들어 흥행 가뭄에 울상을 짓던 한국영화계에 단비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기엔 어두운 면도 있다. 바로 매번 반복되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9일 현재 스크린수 1310개를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상영횟수는 6478회다. 전날엔 1341개 스크린에서 6752회 상영됐다. 이는 같은 날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한 '스타트렉 다크니스'가 확보한 스크린수 412개의 약 3배, 상영횟수 1518회의 약 4배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최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아이언맨3'의 최다 스크린수(5월 5일 기준) 1389개와 상영횟수 6996회와 비견할 만한다.
이에 따라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관심사다.
오는 13일과 20일 각각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맨 오브 스틸'과 '월드워Z'의 공세를 넘을 수 있을 지가 최대 관건이다. '월드워Z'는 주연배우 브래드 피트가 11일 아시아 지역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을 찾아 레드카펫 행사를 갖는 등 대대적인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이 팬덤 문화와 많은 수의 스크린 확보에 따른 '반짝 특수'인지, 콘텐츠가 가진 기본 경쟁력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앞으로 몇 주간의 상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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