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번지는 국정원 수사 후폭풍
2013-06-20 16:54:28 2013-06-20 16:57:22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검찰은 지난 14일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된지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그 후폭풍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각종 언론보도와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 수사와 사법처리 과정이 정당했는지부터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범죄행위, 이를 둘러싼 각종 음모론과 배후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서 정치권, 시민세력에 이르기까지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가 미치고 있는 후폭풍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 '수사개입 배후' 있을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배후설'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16일 오후 박원동 당시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전화를 걸어와 '경찰이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발표를 빨리 안 하는 것은 민주당 눈치 보기 아니냐'라고 말해 경찰이 누구를 두려워해서 뭘 하지 않는 조직이 아니라고 화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대선후보 3차 TV토론이 끝난 직후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정치 관련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조작된 수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김 전 청장은 또 "당시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김기용 당시 경찰청장이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조작된 중간 수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게 하고, 정당한 수사과정을 방해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공무원법 위반 및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14일 수사결과발표 당시 "김 전 청장이 정치권이나 다른 곳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수사상황에 개입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면서 "김기용 경찰청장의 개입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배후설을 전면 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검찰 관계자는 "현재 김 전 청장이 박 국장과 통화했다는 내용과 관련해 고발장이 들어와 확인 중"이라며 수사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필요에 따라 박 전 국장을 불러 조사하거나 비공개로 소환조사했던 김기용 청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 야권, 국정조사·재정신청 카드로 전방위 압박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정원 사건을 통해 국면전환을 노리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정원 전·현직 직원 4명과 '댓글녀' 조력자로 알려진 일반인 이모씨 등 5명에 대해 지난 18일 재정신청을 냈다.
 
민주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새누리당과의 양당 원내대표 합의문을 근거로 국정원 사건 의혹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검찰수사가 끝난 뒤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당시 합의문 문항을 들면서 국정조사 실시를 미루는 모습이다.
 
이날 양당 원내대표가 6월 임시국회에서 국정조사가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국정조사가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국정원 관련 의혹들이 모두 정권의 '정통성'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새누리당으로서는 야권의 높아져만 가는 압박 수위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잇따른 악재로 세가 크게 줄어든 진보진영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지난 17일 검찰이 불기소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재정신청을 낸데 이어, 진보정의당은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 대학가·시민사회 시국선언 줄이어
 
대학가와 시민사회도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상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법무부의 수사간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에 개입해 수사를 축소 은폐한 관련자들을 처벌하라"며 "권력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첫 발을 뗀 시국선언에 동참하는 대학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서울대에 이어 국정원 선거개입과 축소수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숙명여대와 연세대, 고려대, 부산대 총학생회 등도 동참을 논의 중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국정원 관련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기독교협회는 오후8시30분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광화문까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평화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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