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정국에 NLL 논란이 난데없이 재격화되면서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는 물론 모든 정책적, 사회적 이슈가 함몰되고 있다.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치 대책을 논해야 하는 국회의 토론 무대가 새누리당이 제기한 반북 이데올로기로 난장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NLL 논란에 힘을 잃고 있는 현안들을 중점 조명한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으로 돌파하려는 새누리당의 시도로 인해 여러 경제 현안들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특히 일련의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역시 불투명해져 재계는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다.
6월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입법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재벌기업들이 내심 반기고 있는 것이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0일 계열사 내부거래 규제, 신규 순환출자 금지, 대리점거래공정화법안(남양유업방지법) 등 공정거래법상 경제민주화 문제와 관련된 법안심사를 시작했다.
또한 산업통상위원회는 오는 2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하도급 거래, 상생법, 대리점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리점 계약의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한 '남양유업방지법'은 다양한 유형의 대리점을 일률 규제하기 어려우므로 입법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여당의 반대 입장에 제동이 걸렸다.
가맹사업거래 공정화를 위한 프랜차이즈법안도 시행령 위임 사항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등의 여당측 반대로 인해 법사위에서 처리가 보류됐다.
기업의 정리해고 요건 강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된 논의도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등은 재계의 반발이 집중되면서 국회 통과가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지만 재계의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이우성 한국과학기술교육대 교수의 보고서를 인용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구조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화돼 있다면서 순환출자 규제 입법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폈다.
대기업들은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서도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는 점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더욱이 박 대통령,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이 경제민주화 입법이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여당의 입법 활동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민주당 을지로('을'을 지키는 길)위원회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민주화 관련 16개 중점법안의 조속한 국회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국회 일정상 이번주 초에 각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들은 회기내 통과가 힘든 실정이다.
재계는 정치권의 갈등과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대한 여권의 소극적인 태도를 내심 반기는 한편, '경제위축' 등의 논리로 강력한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경제민주화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재계 저항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한동안 여론의 비판을 의식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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