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버버리맨 '남재준'
2013-06-25 11:09:56 2013-06-25 17:03:01
"양측은 모두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느님께 기도하면서 서로 상대방을 응징하는 데 신의 도움이 있기를 간청하고 있습니다. 남이 흘린 땀으로 자기 빵을 얻는 자들이 감히 정의로운 하느님의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만, 그러나 우리가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를 심판하지 않도록 합시다. 남북 어느 쪽의 기도도 신의 응답을 받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 1865년 3월4일 대통령에 재선된 후 한 취임사의 일부다.
 
링컨은 한달 후에 암살된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중이었다. 1860년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북부와 공화당의 지지를 받은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남부의 7개주는 분리를 선언한다. 1861년에 이르러 남과 북은 정신적으로도 이미 분리되기 시작했고, 결국 전쟁이 시작됐다.
 
남북전쟁은 1865년 4월12일 남군이 항복하면서 끝났다. 그리고 사흘 후 링컨은 암살당한다.
 
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링컨은 패배한 남부를 적으로 몰아세우지도 않았고,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갈라치지도 않았다. 링컨이 미국인들에게 추앙받는 것은 자칫하면 갈라질 수 있었던 미합중국을 하나로 통합해내는 길을 텄기 때문이다.
 
오늘은 미국의 남북전쟁보다 1년 정도 짧은 3년의 전쟁을 치른 6.25전쟁 63주년이다. 남과 북은 휴전했다. 하지만 전쟁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심판하기 위해 적대감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툭하면 서해상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젊은 청춘들이 쓰러져 간다.
 
통합의 지도자 여운형, 김구, 김규식, 조봉암, 김대중, 노무현은 정적에 의해 제거되거나, 고통받은 끝에 이 세상을 떠났다.
 
21세기 대한민국은 미합중국 통합의 지도자 링컨조차도 종북좌파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그런 반지성적인, 야만적인 세상을 살고 있다.
 
'NLL 포기' 발언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죽은 노무현이 관을 열고 세상을 활보하고 있다. 그를 불러낸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보수언론들이다.
 
그리고 한 국가의 최고정보기관이라고 하는 국가정보원의 남재준이라는 인물이 행동대장으로 나섰다. 전 세계 어느 국가의 정보기관에서도 보지 못했던 정상회담 기록을 공개하는 무식함을 자랑하고 있다. 정치의 한 복판으로 뛰어든 정보기관으로는 아마 국정원이 전 세계에서 유일할 것이다. 남재준은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가 부러웠든, 아니면 노출증 환자이든, 어떤 경우에도 국가정보기관장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행동에 나섰다. 후일 반드시 정치적, 법적 책임이 따를 것이다. 
 
온갖 삿된 언어가 춤춘다. 용렬하고, 졸렬하고, 비겁하고, 뻔뻔한 언어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헌법과 법률이라는 인류의 위대한 문명은 시궁창에 쳐박히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은 헌법도 필요없고, 법률 따위도 필요없는 그런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최소한 30년은 보관한다는 정상회담 대화록을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들이 청와대와 국회에 똬리를 틀고 있고, 이 관음증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이 백주대낮에 이른바 '버버리맨'처럼 활보하고 있다.
 
이건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국채금리도 올라가고 있다. 증권회사들은 패닉이다. 버냉키 쇼크가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한달도 되지 않아 200포인트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쇼크까지 밀어닥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일부 잘나가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을 맛이다. 창조경제 운운하던 박근혜 정부에게 기대를 걸었던 벤처와 중소기업도 이젠 희망과 기대를 접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딱 6개월만에 500포인트 전후로 원위치했다. 
 
대한민국의 발걸음도 원위치하고 있다. 6.25전쟁을 치른지 63년이 지났지만, 얻은 교훈도 없고 성찰도 없었던 듯 싶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중국 어선도 몰아내고, 남북 어부들이 좀 마음 편하게 고기잡이도 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이 졸지에 영토를 넘긴 행위로 매도당한다. 
 
6.25전쟁 63주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평화로 가는 길이 너무도 멀어보인다. 150년전 미국의 링컨은 2013년 대한민국에 아무런 교훈도 되지 못하고 있다. 비통한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버버리맨 남재준부터 해결하자.
 
권순욱 증권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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