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盧 서거 때도 '악성댓글'..MB정권 내내 정치개입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국정원 여론 조작 정황
2013-06-26 16:12:39 2013-06-26 16:15:4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 뿐만 아니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부임했던 2009년 2월부터 '다음 아고라' 등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국내 정치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국정원은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 날부터 조직적으로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에 비판적인 댓글을 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범죄일람표'를 26일 확인한 결과, 국정원은 원 전 원장 부임 직후인 2009년 2월부터 댓글로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형태로 정치에 관여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댓글들은 ▲이명박 대통령 ▲미디어법 개정 ▲경인운하 ▲4대강 ▲녹색성장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북정책 ▲전여옥 전 의원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지지를 표시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다음 날인 5월24일부터는 노 전 대통령 서거 국면과 관련한 댓글이 집중적으로 게시됐다.
 
5월29일에 작성된 댓글은 백원우 전 의원이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고함을 친 것에 대해 "평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다가 그 자리에서 고함을 치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며 백 전 의원의 행동을 유치하다고 치부했다.
 
같은 날 작성된 "노무현은 자신이 깨끗했다면 끝까지 싸워서 결백을 입증했어야지요"라는 댓글도 노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5월31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글에는 작성자를 "노빠~ 노빠~ 노빠~ 노빠~ 노빠~ 노빠~ 노빠~ 노빠~ 노빠~"라고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역시 국정원의 정치 개입 댓글로 판명됐다.
 
6월1일엔 "노무현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죽어버렸는데", 6월3일엔 "노무현은 자살"이라며 "전임 대통령으로서 영웅적인 행위를 한 게 아니다. 그냥 자살"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이에 대해 진선미 의원은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내부의 적들에게 전면적으로 4년 내내 국가안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 개입에 올인한 증거"라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국정원의 이같은 정치공작이 원 전 원장이 부임한 직후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원 전 원장이 부임한 시기부터, 처음부터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는 검찰의 공소장에 첨부된 국정원의 댓글들이 4년간 1000여쪽이 넘는다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댓글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국정원이 노 대통령 서거 뒤 추모 열기를 비판하는 댓글 작업에 열중한 것은 반인륜적"이라면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니 모골이 송연하다. 천인공노할 짓"이라고 탄식했다.
 
김 부대변인은 "국정원이 이처럼 무도한 집단이었다니 국정원 해체 주장은 당연하다"면서 "이명박 정권 내내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하는 정권의 나팔수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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