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에서 파견온 종업원, 매장 청소 시키면 위법"
공정위, '대형유통업체 파견과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
5일부터 시행, 하반기 '특별실태조사' 개시
2013-07-04 12:00:00 2013-07-04 12:00:00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판매용 진열대와 시식대 설치 비용, 샘플과 시식용 상품비용 등을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떠넘기면 앞으론 법 위반 행위에 해당돼 제재 받을 수 있다.
 
또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서 파견 받은 종업원에게 매장 청소 등을 시켜도 위법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4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대규모유통업 분야에서 납품업자 등의 종업원 파견 및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은 대형유통업체가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납품업체 종업원을 파견 받는 행위를 개선하고 파견된 종업원에게 판매목표를 강제하는 식의 남용행위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종전에는 이런 행위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뤄져왔지만 당장 오는 5일 이후엔 대규모유통업법에 저촉되는지를 따져 과징금 등을 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종업원을 파견받을 수 있는 사유와 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법 위반 행위를 열거한 게 특징이다.
 
먼저 대형유통업체가 인건비 등 제반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파견 종업원을 받는 경우 비용 전부나 일부라도 납품업체에 떠넘길 수 없게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함부로 파견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납품업체가 이런 요구를 거절한다 해서 대형유통업체가 불이익을 암시하면 앞으론 위법행위로 제재 받을 수 있다.
 
대형유통업체가 구두나 유선, 이메일로 먼저 파견을 요구한 뒤 사후에 '자발적 파견 요청서'를 납품업체에 제출케 해도 법 위반에 해당된다.
 
무엇보다 대형유통업체가 파견 비용을 부담하거나 납품업체가 먼저 자발적으로 파견을 요청하지 않는 한 대형유통업체는 '특수한 판매기법 또는 능력을 지난 숙련된 종업원만' 파견받을 수 있다.
 
그 기준은 "소정의 교육과정 이수만으로는 갖추기 어려울 정도의 상품에 관한 전문지식과 이를 토대로 한 판매와 상품관리 능력을 갖추고 해당분야에서 최소 1년 이상 종사한 경험이 있는 인력"이라고 가이드라인은 적시했다.
 
파견 받는 절차도 엄격해진다. 파견조건에 대한 서면약정은 종업원 파견 이전에 이뤄져야 하고 파견조건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서면약정을 체결하지 않거나 불명확하게 약정해도 법 위반에 해당된다.
 
또 파견조건을 명시한 서면에는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각각 서명 또는 기명으로 명확한 날인이 남아야 하며 대형유통업체는 이를 즉시 납품업체에 교부하고 5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파견된 종업원에 대한 각종 남용행위도 법 위반 행위에 포함시켰다.
 
예컨대 파견된 종업원을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현급출납 보조나 포장업무를 시키고 화장실이나 통로 등 매장 공간을 청소하도록 시켜도 법 위반에 해당된다.
 
고객 응대, 고객 안내 업무, PB상품 판매, 재고 파악, 재고 관리, 상품 진열 업무 역시 금지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은 "대형유통업체의 고유업무나 납품업체가 납품한 상품의 판매관리업무에 종사시켜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 대형유통업체가 파견된 종업원에게 판매목표 달성 등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적시했다.
 
공정위는 오는 5일부터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올해 안으로 '특별 서면 실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다만 대규모유통업법에 관련규제가 없지 않은 상황에서 관건은 결국 행정력이 얼마큼 일관되게 집행될지 여부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업체의 종업원 파견과 '사용'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대형유통업체가 이를 악용해 인건비 절감과 판매 촉진 등을 이유로 납품업체로부터 판촉사원을 파견받아 각종 남용행위를 저지르다 관행으로 굳어졌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올해 하반기 실태조사를 벌여 대규모유통업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검토해서 법 위반이 확정되면 과징금 부과, 형사제재 요청, 시정명령 등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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