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베트남 참전 군인들이 미국 고엽제 생산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미국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베트남 참전 용사 중 고엽제 노출로 인해 염소성 여드름 질병을 얻은 피해자에 대해 미국 기업들의 책임을 세계적으로 처음 인정한 첫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따라 염소성여드름 질병을 앓고 있으면서 소멸시효가 인정되지 않은 39명의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로 소송을 낸지 15년만에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그러나 염소성여드름 후유증 외에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그 이 외의 질병을 앓고 있는 나머지 원고들 5188명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2일 김모씨(70) 등 베트남전 참전용사 1만7000여명이 "베트남전 당시 미국측이 뿌린 고엽제에 노출돼 질병을 얻었다"며 고엽제 제조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참전 군인들에게 발병한 질병 중 염소성여드름은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 성분에 노출될 경우 발병되는 특이성 질환으로서 다른 원인에 의해서는 발병되지 않는다"며 "베트남 참전군인들에게서 발병한 염소성여드름은 베트남 참전군인들이 베트남에서 살포된 고엽제에 노출되어 발병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당뇨병이나 폐암, 후두암 등 그 외의 질병에 대해서는 “발생원인이 복잡한데다가 매우 다양하고 유전이나 체질 등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비특이성 질환에 해당한다”며 “베트남 참전시 고엽제 노출 때문에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베트남 참전 군인들의 자녀가 앓고 있는 말초신경병 역시 아버지가 베트남전에서 고엽제에 노출됐기 때문에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씨 등 베트남 참전 군인 등 1만7000여명은 베트남전 당시 미군측이 다우케미컬 등 고엽제 제조사들로부터 제공받아 살포한 고엽제에 노출됨으로써 각종 질병을 얻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고엽제 안의 독성 성분인 다이옥신과 질병의 발병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패소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고엽제 피해자의 후유증이 다이옥신 과다 노출과 인과관계가 있을 개연성이 많다"며 "원고들 중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5227명에게 장애정도에 따라 600만원에서 6400만원까지 총 630여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베트남 참전 군인들과 2세 등은 고엽제 후유증으로 염소성여드름을 비롯해 당뇨병, 폐암, 후두암, 기관암, 전립선암, 비호지킨임파선암, 연조직육종암, 만발성피부포르피린증, 호지킨병, 다발성골수종 등 질병을 앓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고엽제 노출로 인해 염소성여드름 질병을 얻은 피해자 중 시효소멸이 되지 않은 경우에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이 확정된 것"이라며 "고엽제 제조회사의 책임이 인정된 것은 세계적으로 이번이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사진출처=대법원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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