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시장 달래기에 여념이 없다.
1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하원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발언했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연준의 자산매입 축소 논의가 가속화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버냉키 의장이 지난 10일 연설에 이어 시장 잠재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0일(현지시간)에도 버냉키 의장은 당분간 현재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버냉키 "양적완화 축소 정해진 것 없어"..되풀이 발언
버냉키는 이날도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버냉키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를 잠재웠다.
또 "필요할 경우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할 수도, 축소할 수도 있다"며 "이 모든 것은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FOMC 회의 당시 발언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노동시장 회복세가 지속되지 않거나 인플레이션율이 연준의 목표인 2%대로 오르지 않을 경우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는 경기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나타낸다면 올 연말에 양적완화를 축소하고 내년에는 이를 종료할 수 있다는 언급도 덧붙여 여전히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다.
아울러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책으로 그는 양적완화 축소와 기준금리 인상은 별개의 문제임을 재차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만약 연준의 목표만큼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 올해 연말에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한다 하더라도 2015년까지 기준금리는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버냉키 약발 떨어졌나..뉴욕증시 상승폭 제한
지난달 FOMC 회의 직후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에 다우존스 지수는 이틀 새 60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66%까지 급등했다.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준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대한 뚜렷한 입장 표명에 나섰으며 그 중에서도 버냉키의 발언은 효과 만점이었다.
지난 10일 버냉키의 '양적완화 유지' 발언 이후 뉴욕증시는 8일 연속 랠리를 이어가며 급등세를 연출했다.
버냉키는 청문회에서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금융시장의 안정세에 안도했다.
그러나 이날 뉴욕증시는 0.1~0.3%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버냉키 효과의 약발이 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2% 오른 1만5470.52를, S&P500 지수는 0.28% 오른 1680.91을 기록했다.
장중 지수가 지난 15일 사상 최고 종가를 뛰어넘기도 했지만 오후들어 질의응답 이후 상승폭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질의응답 과정에서 완화기조를 강하게 밝히지 않아 상승폭을 제한했다고 분석했다.
제인 브라운 로드애빗 스트레지스트는 "버냉키가 매파나 비둘기파 중 뚜렷하게 어느 쪽의 입장을 밝혔다고 볼 수 없다"며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 버냉키 의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날 버냉키 발언을 앞두고 관망세에 소폭 하락했다가 하루 만에 반등한 점은 투자자들이 버냉키의 발언 중에서도 양적완화 정책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점에 무게를 뒀기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일 대비 0.04%P 하락한 2.49%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수익률은 0.01%P 내린 3.58%를, 2년물 수익률은 0.02%P 내린 0.30%를 기록했다.
◇버냉키 의장 발언에 따른 다우존스 지수 변동 추이
◇꿈보다 해몽..확실한 것 아무것도 없어
시장의 예상대로 이날 버냉키 발언에 큰 반전은 없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부터 발표돼 온 연준의 입장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데일 캐피탈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지난달에 있었던 연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었음에도 지난달과는 달라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었다"고 말했다.
또 짐 오 설리반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예상대로 이날 발언에 반전은 없었다"며 "그저 자산매입 규모를 '당장'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버냉키가 연준이 양적완화 철수를 서두르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날 금융시장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은 버냉키 의장의 애매모호한 발언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시장이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지나 마틴 애덤스 웰스파고증권 스트레지스트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통화정책 이슈에 다소 지친 것 같다"며 "다음 FOMC가 열리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 가펜 바클레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연준의 이중적 입장은 계속될 것"이라며 "양적완화 정책에 있어서는 매파적으로, 금리 인상에는 비둘기파적인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버냉키가 남긴 발언에서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시사점은 양적완화 축소는 언젠가는 시행되고 이는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짐 리카즈 탄젠트캐피탈 매니징 디렉터는 "오는 9월 열리는 FOMC 회의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12월에도 회의가 있지만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버냉키 의장이 중요한 정책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9월에 출구전략이 시행되면 경제 상황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며 "결국 내년 초에 자산매입 규모를 다시 늘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 역시 현재 고용시장의 상태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말 이후 경제 리스크는 감소했지만 위축된 내수가 세계 경제 둔화에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18일(현지시간) 상원 청문회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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