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기자]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2분기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수준의 성적을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로 거듭난 셈이다.
SK하이닉스(000660)가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대에 재진입하게 된 동력은 수년간에 걸쳐 진행된 메모리 업계 '치킨게임'에서 생존, 공급자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한 '뚝심'이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SK그룹 삼각편대의 양축이 무너진 가운데 새로 편입된 SK하이닉스가 그룹을 뒷받침하는 대들보로 자리했다는 분석. 기나긴 부진의 늪을 벗어나며 부활의 날갯짓을 통해 침통함에 빠진 모그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매출 3.9조, 영업익 1.2조..창사 이래 최대 실적
SK하이닉스는 연결기준 올 2분기 매출액 3조9326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9.4%, 직전 분기인 1분기 대비 41.4% 늘어난 규모다. 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123.2% 급증한 1조1136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주력 매출군인 PC D램과 모바일 D램이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2.42달러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것으로, 지난 1분기 1.97달러와 비교해도 22% 가량 비싸진 가격이다.
이가운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이 이전 분기보다 20% 이상 증가했고 ASP는 무려 16%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지난 분기보다 251% 늘어난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낸드플래시도 모바일 기기용 eMMC 및 MCP 제품 수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29% 증가했고, 평균판매가격은 5% 상승했다.
이처럼 우호적인 시장 환경 덕분에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영업이익률 28.3%를 기록하며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3분기에 2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20%대 영업이익률을 되찾은 것이다.
당초 특허괴물인 램버스와 소송충당금이 2분기에 환입되며 실적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시적 인건비 상승(PS)을 비롯한 각종 1회성 비용 등과 상쇄됐기 때문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된 직접적 동력은 아니라는 것이 SK하이닉스 설명이다.
◇SK하이닉스 청주 사업장 입구.(사진제공=SK하이닉스)
◇"고부가가치 D램, 낸드에 집중"..변수는?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의 가장 큰 변수는 공급업체에게 유리한 D램 시장 환경이 지속될 지 여부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당분간 D램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D램 분야에서는 모바일, 서버용 매출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PC D램의 생산 비중을 줄여 수급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모바일 D램은 저전력 고성능 모바일메모리인 LPDDR3에 집중, 낸드는 M12 공장을 낸드 전용으로 단일화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김준호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에 PC용 D램 생산을 줄이는 대신 수요가 견조한 모바일 D램과 그래픽, 서버용 D램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특히 모바일 D램은 고성능 저전력 제품 등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전략을 밝혔다.
이날 김 사장이 강조한 제품은 'LP(Low Power) DDR3'로 SK하이닉스가 지난 6월 20나노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초로 8Gb(기가비트) LP DDR3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 제품은 고용량인 동시에 초고속·저전력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낸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D램과 낸드플래시를 혼용(듀얼) 생산하던 M12라인을 낸드 전용으로 단일화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낸드 전용팹으로 전환하게 되면 생산 효율성이 늘어나면서 생산량이 늘고 원가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 여파는?
한편 국내외 증권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의 성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고개를 들면서 핵심 부품사인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해서도 우려가 일부 제기됐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현재 D램 수급 여건과 실제 투자동향을 감안할 때 현 시장 환경이 급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현물가격 하락과 맞물려 메이저 업체들의 증산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전체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스마트폰 시장과 관련한 대부분의 우려도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하이엔드 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가 많으나, 중국의 저가형 스마트폰 수요 증가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3분기에도 비슷한 시장 환경이 유지돼 1조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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