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3억원 이하만 취득세 인하.."안행부 귀엽네"
서울 평균 전세가 3억원 시대에
2013-07-26 10:04:54 2013-07-26 10:07:53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안전행정부가 3억원 이하 주택 거래시에만 취득세율을 1%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부동산시장의 반응이 재밌습니다.
 
어이없다는 반응은 쉽게 예상됐는데 일부에서는 귀엽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상 최악의 전세난에 수도권의 전세값만 3억원을 훌쩍 넘긴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3억원 이하 주택 매매에만 취득세 인하를 적용하겠다니, 세상 물정 모르는 치기어린 공무원의 발상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안행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3억원 이하 주택에만 취득세률을 인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안행부가 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수 감소액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본 결과 9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를 1%p 내릴 경우 지방 세수는 2조9000억원이 줄어듭니다. 6억원 이하 주택은 2조4000억원이 감소합니다. 하지만 3억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할 경우 세수 감소액은 1조8000억원에 그칩니다.
 
즉 지방 세수 감소로 성난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달래면서 주택거래시장에는 세제 부담을 줄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방안 중에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개된 검토안이겠지만 부동산현장에서 보기엔 어처구니없는 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옮겨가더니 서울 아파트값이 얼마인지는 감이 없는거 아닌가요? 과천에서 세종시 내려간지 얼마나 됐다고. 거기도(세종시) 요즘 아파트값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하던데. 다들 세종시 오피스텔에서 월세 살고 있는거 아니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중개업소 현장에서 만난 한 여성분이 실소를 지으며 기자에게 건넨 말입니다.
 
3억원 전세가 흔하디 흔한 시대에 매매가 적용 기준을 3억원으로 잡은 안행부를 겨냥한 비아냥인거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한강 이남 11개구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1313만원입니다.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에 있는 아파트는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의 아파트는 9억원을 넘을 정도입니다.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4억4175만원입니다. 강남은 5억1033만원에 달합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은 3억2875만원입니다. 혜택을 받을 아파트보다 혜택을 받지 못할 아파트가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더욱이 3억원으로 한정할 경우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를 향해 쌓아왔던 불만을 터트릴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은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대출이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돈이 돌지 않는다는 심리적 압박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지방은 금융 규제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에서 '지방 호황, 수도권 침체' 구도 장기화되며 금융 규제에 대한 불만이 큰 상황에서 지방 주택 시장에만 영향이 미칠 3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율 감면이 적용되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분명 취득세를 관장하는 주무부처는 안행부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관심사로 떠오른 취득세는 조세의 한 부분이 아닌 부동산 거래시장에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걸 모르는 걸까요? 대한민국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죠.
 
세금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 거래 안정을 위해 취득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면 안행부는 국토부의 의견에 주의깊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국토부가 안행부보다는 부동산 현장을 잘 알지 않겠습니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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