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내년 1월 말 임기 종료를 앞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의 뒤를 이을 인물로 월가의 전문가들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각기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차기 의장으로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이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월가에서는 옐런 부의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서머스 전 장관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추상적인 의미의 경기부양, 경제안정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국민들의 삶이 개선되도록 실물경제를 되살리는 데 집중하는 인물이 차기 의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달러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시장 상황에서 한 발 물러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서머스 전 장관에 대한 묘사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새로운 재정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를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매파(강경파)에 가까운 인물로 오바마 대통령이 희망하는 인물의 성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옐런 부의장은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온건파)에 가깝다.
반대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옐런 부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54명 가운데 3분의1은 차기 의장으로 옐런을 지명하라는 청원서를 오바마 대통령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월가에서도 역시 옐런 부의장을 후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달 한 외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0명의 월가 전문가들 중 70% 이상이 유력한 당선자로 옐렌 부의장 꼽았다.
아울러 '오바마가 차기 의장으로 누구를 꼭 뽑아야 하느냐'하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옐렌 부의장을 꼽았고, 12.5%는 버냉키 의장을 재선임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머스 전 장관이 반드시 뽑혀야한다는 응답자는 2.5%에 불과했다.
◇월가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들은 연준 의장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격 요건으로 통화정책에 관한 전문지식을 꼽았다. 또 금융위기를 관리하는 능력과 시장과의 소통 능력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옐렌 부의장은 이러한 10가지 자격 요건 중 7개 부문에서 서머스 전 장관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시장 전문가들은 서머스가 옐런에 비해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고, 정책 운영에 있어서도 투명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차기 의장에 대한 의견이 시장뿐 아니라 의회 내부에서도 분분하게 이뤄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결정은 향후 몇 달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며 "버냉키의 뒤를 이을 차기 의장 후보를 추리기 위해 선택을 좁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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