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일본이 과거 한국과 주변국을 침략하면서 자행한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일본측 정치인들의 망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우익 인사들이 무차별적으로 망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는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외교부와 외신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달 29일 도쿄에서 한 강연에서 나치 정권시절을 언급하면서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떤가”라고 말했다.
아소 부총리는 또 8·15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에게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조용히 참배하면 된다. 특별히 전쟁에 진 날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유감을 표명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언행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발언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일본이)주변국을 침략했던 가해자로서 좀 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에 반대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노골적으로 과거사를 부인하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 수위에 비해 직접적인 비판의 강도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또 아소 부총리의 망언이 나온 지 하루 뒤인 30일 열린 동아시아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한국 응원단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일본측은 욱일기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된 것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답변할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일 시모무라 하쿠분 일 문부과학상이 한국 응원단의 플래카드 내용에 대해 "그 나라의 민도(民度)가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하자 뒤늦게 태도를 바꿨다.
외교부 당국자는 논평을 통해 "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사안을 두고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고위 인사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무례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스포츠 경기 중에 벌어진 일이라서 외교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일본측 관료가 먼저 한국 응원단을 비난하자 그제서야 "유감스럽다"는 말로 방어를 한 것이다.
조태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도 일본측 언론이 일본 응원단의 욱일기 사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축구협회가 입장을 밝힐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욱일기가 우리 국민들과 과거 일본 제국주의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는 일본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우회적인 표현으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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