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 기자] 앵커: '세기의 특허 전쟁'으로 불려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이 진행된 지 벌써 2년여가 넘었습니다. 지금까지 전세계 9개 국가의 법원에서 30여건의 소송이 동시에 진행돼 왔는데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당초 오늘로 예정됐던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 여부에 관한 최종판정을 다음주로 연기했습니다. 2년을 넘게 끌어온 특허전이 이제 일주일 뒤면 판가름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취재기사와 함께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업부 곽보연 기자 나왔습니다. 곽 기자, 우선 오늘 미국 국제무역위가 최종판정을 연기했다구요? 그 배경은 뭔가요?
기자: 네, 오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삼성전자의 애플 특허 침해 여부와 그에 따른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 등에 대한 최종판정을 다음주로 연기했습니다. 국제무역위는 "삼성 제품들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판결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며 그 외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서 애플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와 S2, 넥서스10 등의 제품이 자사 특허 4건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했습니다. 국제무역위는 지난해 10월 삼성의 일부 제품들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예비판정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최종판정이 연기된 것에 대해 삼성전자는 당황스럽다는 뜻을 내비쳤는데요, 그러면서도 "워낙 큰 사안이다보니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며 "무역위가 앞서 몇 차례 최종판정을 연기했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일주일 뒤 삼성 제품 중 하나라도 애플 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해당 삼성전자 제품들은 모두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됩니다. 이미 구형 제품이고 단종된 기종도 있어 수입금지가 된다고 하더라도 삼성의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앵커: 최종판정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군요.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이 벌써 2년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이 특허소송이 시작된 배경과 경과에 대해 설명 좀 해주시죠.
기자: 양사의 특허전은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산호세 법원에 "삼성이 자사 디자인을 베꼈다"며 제소하면서 불이 붙었습니다. 이에 삼성은 일주일 뒤 한국과 독일, 일본 법원에 자사의 통신특허가 침해됐다며 애플을 제소했습니다. 애플로서는 예상치 못한 즉각적인 응수였습니다.
이후 특허전은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전세계 9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이 동시에 진행됐는데요, 여기에 투입된 소송비용만 4억달러, 우리 돈으로 4500억원에 이릅니다.
2013년 현재 한국과 네덜란드,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소송이 완료됐습니다만 그 외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습니다.
앵커: 시장에서는 이번 특허소송이 결국 삼성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요,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이 전개되면서 시장은 급변했습니다. 기술력과 디자인, 완성도 등 애플에게 크게 뒤쳐져 있던 삼성이 어느새 추격자로 변모한 겁니다.
특허전을 통해 소비자들은 ‘애플’ 하면 자연스레 ‘삼성’을 떠올리게 됐는데요, 결국 삼성은 애플과 함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소송전이 라이벌 구도를 정착시키면서 삼성을 애플의 유일한 적수로 인식시키게 한겁니다.
학계에서는 "세계 모든 언론들이 애플과의 소송을 다루다 보니 삼성으로선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두게 됐다"고 분석했고, 증권가에서도 "삼성으로서는 특허분쟁 장기화에 따라 언론 노출 빈도가 높아져 애플과 대등한 회사로 인식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대만 시장조사기관이 지난달 발표한 '2013년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관련 보고서를 보면 삼성은 올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71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우며 압도적 시장 1위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점유율은 32%로 2위인 애플은 그 절반도 안되는 12.1%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소송전을 통해 물론 막대한 소송비용이나 불확실성 등으로 손해를 보기도 했겠지만 전세계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등 삼성전자는 긍정적 효과도 얻었군요. 그렇다면 애플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기자: 고(故)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는 생전 "도둑과 같은 안드로이드와는 핵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며 구글에 강한 피해의식을 나타내왔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삼성전자는 막강한 제조력을 앞세워 안드로이드의 선봉장으로 나선 업체입니다. 때문에 애플로서는 행동대장 격인 삼성을 누르지 않고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을 제압하기 힘들 것으로 봤습니다.
애플은 삼성을 ‘카피캣’(모방자)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지난해 들어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과 전체 판매량에서 삼성에게 뒤처지기 시작하면서 애플의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억158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며 처음으로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는데요, 당시 애플은 1억3680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치기도 했습니다.
앵커: 특허전이 양사의 시장 위치를 극명하게 뒤바꿨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렇다면 소송 결과는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전문가들은 소송 결과가 어느 한쪽에도 실익이 없는 공방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분쟁을 유발한 특허 내용은 최첨단의 기술을 다루고 있는 반면 법정 결론까지는 평균 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인데요.
법정에서 일방적 결과로 판결이 나더라도 실제 당사자가 입을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철 지난 상품에 뒤늦게 규제가 내려지기 때문에 매출에 미칠 영향은 적다는겁니다. 또 특허소송 특성 상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이미 각국의 판례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진행중인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해당 제품은 ‘갤럭시S’와 ‘갤럭시S2’ 등 모두 구형 모델들입니다. 소비자들이 이미 찾지 않는 제품들에 수입금지 조치를 취해 봤자 매출상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법적으로 한쪽이 패소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향후 양사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까?
기자: 삼성과 애플이 교차특허를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입니다. 삼성으로서는 불확실성을 빨리 털고 역량을 시장에 집중하길 원하고, 애플 역시 남은 것 하나 없는 싸움을 이제라도 중지하고 실익인 로얄티라도 챙기길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과 애플이 ‘특허’라는 자존심 싸움에 얽매이면서 시장이 바라던 '혁신'은 부재한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경쟁자에게 과감히 기술 개발의 길을 열고, 서로가 시너지를 내는 윈윈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윱니다.
앵커: 네, 삼성과 애플 양사가 자존심을 버리고 시장과 소비자에게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는 시점으로 보이는군요. 곽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