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김성수 감독 "만약 인간들이 생매장을 당한다면.."
2013-08-07 17:55:11 2013-08-07 17:58:24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돼지 생매장 처리 장면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돼지들에게 말을 한다면 '우리가 맛있는 돼지를 완전히 먹기 위해서는 너희들이 죽어줘야돼'라고 말 할 수 밖에 없었다."
 
100억원 가까운 제작비가 소요된 대작영화 '감기'가 얼굴을 내비쳤다. 재난영화로 흥행을 거둔 '해운대', '연가시' 등을 잇겠다는 각오다.
 
7일 오후 2시 서울 왕십리CGV에서 '감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배우 장혁, 수애, 유해진, 마동석, 이희준을 비롯해 연출을 맡은 김성수 감독이 참석했다.
 
'감기'는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무방비 상태로 폐쇄된 도시 분당에 갇혀버린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김성수 감독은 시사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2010년에 제작과 기획을 맡은 싸이더스HQ의 정훈탁 대표가 준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고 기획하게 됐다"며 "재난 영화는 가정법에서 출발하는데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됐다. 조류독감과 감기처럼 가벼운 질병이 결합하면 엄청나게 파급력이 큰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공포에 더해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고민해봤다. '완전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과 죽기 싫은 사람들의 충돌'이라는 난감한 상황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배우들은 종합운동장을 깊게 판 뒤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생매장 하는 장면을 꼽았다. 이는 몇년전 구제역에 걸린 돼지들을 생매장하던 장면과 흡사했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그 장면을 봤는데 그 어떤 영화보다도 충격을 줬다. 돼지들이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데 '죽이지마'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우리가 돼지를 완전히 먹기 위해서는 너희들이 죽어줘야돼'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인간에게 저런 상황이 발생한다면'이라는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의 격리 도시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로 설정됐다. 왜 굳이 분당이었을까?
 
김 감독은 "원래는 제주도였다. 내 생각에는 한국의 심장부인 서울의 근거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야 더 공포스럽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일산과 분당을 많이 알아봤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분당은 평화로운 아파트촌이다.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한가로운 도시라는 느낌이 있다. 이게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과 겹친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내 개인적으로는 10년 만이고, 100억이 들어간 작품이다. 지난해 여름에 아스팔트 위에서 방역복 입고 마스크 쓰고 정말 많이 고생했다. 누구보다도 흥행이 잘 되길 바라고 있다.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감기'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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