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잘 나가던 미국 증시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QE) 축소를 뒷받침하는 지표들이 부각되면서 주요 지수가 두 달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출구전략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랠리를 지속했던 미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美증시 1%대 급락..QE 축소 우려에 발목 잡혀
그 동안 기록 행진을 지속하던 뉴욕증시가 연준 출구전략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1%넘게 하락하면서 두 달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25포인트(1.47%)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1만5094.03까지 떨어지는 등 1만51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전일대비 1.43%, 1.72%나 떨어졌다. 이날 하락률은 지난 6월20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인해 2%이상 급락한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지수 하락의 원인은 예상했던 대로 미 연준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혼조 양상을 보인 가운데 유독 양적완화 축소 전망을 뒷받침하는 고용, 물가지표들이 부각됐다.
이날 미 노동부는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전주대비 1만5000건 줄어든 32만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33만5000건을 밑도는 것은 물론 2007년 10월 33만50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고용여건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소비자물가가 석 달 연속 상승했다는 점이 연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전망을 더욱 강화시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2%,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변경의 근거로 꼽고 있는 물가상승률 2.5% 수준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발표하는 8월 주택시장지수는 59를 기록, 2005년 11월 이후 7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자산매입 축소를 뒷받침했다.
폴 데일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지수 하락 압력이 사라지고 신규 실업 청구건수는 6년 만에 가장 낮았다”며 “이는 연준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이 금융위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관점을 강화시켜줬다”고 말했다.
◇QE축소 우려 상쇄할 지표와 실적은 ‘부진’
미국 출구전략을 뒷받침하는 고용지표는 크게 개선됐지만 이를 제외한 제조업, 산업생산, 기업 실적 등은 예상을 밑돌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불안해졌다.
미국 7 월 산업생산은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예상치 0.3%를 하회하는 것이다. 부문별로는 산업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0.1% 감소했으며 7월중 가동률도 77.6%로 6월의 77.7%와 전문가예상치인 77.9%를 밑돌았다.
뉴욕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8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8.24를 기록 예상치 10을 크게 하회하고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8월 제조업지수도 9.3을 기록 시장전망치인 15에 못 미쳤다.
여기에 미 증시 랠리를 견인했던 기업들의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시스코는 예상을 밑돈 매출전망과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으며 소비경기를 가늠케 하는 월마트 역시 매출 부진과 함께 순익을 하향 조정했다.
월마트의 2분기 순익은 전년대비 1.3% 증가했지만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은 0.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월마트는 올 회계연도 연간 순익 전망치도 주당 510~5.30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아트 호건 라자드 캐피탈 마켓 이사는 “시스코의 실적 부진은 기업과 서비스공급업체들의 지출이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의 순익 전망 하향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계절적으로 개학과 홀리데이 시즌 등 소매업 경기가 최대 호황인 시기를 앞두고 이같은 소비경기 둔화는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짐 러셀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 스트래티지스트도 “부진한 기업 실적과 상승하는 시장금리, 이집트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적 지표도 조정 '예고'..추세 판단 일러
아울러 기술적으로 지수가 추가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다우지수는 2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5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다. S&P500지수 역시 심리적인 지지선인 1685선이 붕괴되면서 추가 하락을 예고했다.
엘리엇 스파 스티플 니컬러스 스트래티지스트는 ”S&P500지수가 지난 13거래일 동안 1682~1709선 범위에서 움직이다가 이날 하단을 깨고 내려갔다“며 ”최근 며칠간의 하락은 조정이 더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1650선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 VIX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VIX는 전일대비 12.96%나 오른 14.57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6월 20일 23% 상승폭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여름철에 휴가시즌 등으로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이 과민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존 캐리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올 여름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투자자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포트폴리오 변경은 많지 않다”며 “테이퍼링에 대한 두려움은 과도하며 당분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지수인 VIX가 하루 만에 10%넘는 오른 것에 대해서도 전략가들은 VIX가 여전히 20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역사적으로 20을 밑도는 경우는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VIX가 30을 웃돌아야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 잔코브스키스 오크브룩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적으로는 양적완화 축소는 경제회복을 반영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뉴스“라면서도 ”현재 투자자들이 단기적 관점에서 양적완화 축소의 부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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