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인도 루피화가 정부의 방어 정책에도 불구하고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인도중앙은행의 일관성 없는 대책들이 루피화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당분간 사상 최저 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도 루피화 가치는 16일 기준 달러당 62.495루피를 기록,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루피는 지난 두 달간 12% 급락하면서 신흥국 통화가운데 가장 큰 폭의 평가 절하를 겪어왔다.
특히, 16일은 인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루피화 가치 방어를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이후 급락이어서 그 충격은 더했다.
이를 반영하듯 16일 인도 뭄바이 증시의 선섹스지수는 4%넘게 폭락하면서 1만8598.18로 주저앉았다.
루피화 폭락은 인도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출구전략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인도 정부는 인도의 달러 보유액은 충분하며 경제에 대한 우려도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만모한 싱 인도총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2790억달러로 6~9개월은 버틸 수 있다"며 과거 1991년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내놓은 정책들이 일관되지 못했던 점이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고 진단했다.
실제 인도중앙은행과 정부는 금리 인상에 이어 금·전자제품 수입 관세 인상, 국영기업 대출한도를 110억달러로 늘리는 등 정책을 쏟아냈다.
급기야 지난 14일에는 달러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인도 기업의 해외투자 한도를 4분의 1수준으로 줄이고 개인의 연간 송금을 20만달러에서 7만5000달러로 줄이는 규제안을 발표했지만 루피화는 오히려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급락하는 루피화 가치를 막기 위해 중구난방식으로 내놓은 인도 당국에 대한 불신이 루피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루피 평가 절하를 막기 위해 규제를 강화한 점이 오히려 시중 유동성을 줄이고 달러 유출만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들은 인도 루피화 가치가 달러당 62루피를 넘어선 데 이어 다음 저항선인 65루피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우탐 트라베디 렐리게어캐피털마켓 증권부문 대표는 "외환시장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다"며 "루피화 평가 절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쿤탈 수르 KPMG 인도법인대표도 "루피화 환율이 계속 불안해질 수 있는 부정적 정서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압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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