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노숙투쟁에 돌입한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선(先) 양자회담, 후(後) 다자회담' 역제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정부여당과 야권의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사진) 등을 내란 예비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하고 있는 상황이 국면의 새로운 변수가 될 조짐이다.
28일 오전 이 의원과 관계자에 대해 압수수색 중인 국정원은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을 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가의 시선은 '회담'에서 '이석기'로 급속히 옮겨간 모습이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을 방문해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이 떳떳하다면 국정원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유 대변인은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종북, 친북세력들의 이적활동을 낱낱이 밝혀내고 그들의 반국가적 활동으로부터 대한민국이 건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국정원과 검찰에 당부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국회까지 들어와 현역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현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배재정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며 추가로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반면에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이 2013년판 유신독재체제를 선포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홍성규 대변인은 "현재 진행되는 모든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면서 "이 모든 것이 곧 가장 날카로운 부메랑이 되어 정권을 겨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가는 물론 여론의 반응도 뜨거워 보인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엔 이 의원의 이름이 올라있다.
이런 가운데 앞서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비등했을 때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기습 공개해 이슈가 양분된 바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문민화 이후 처음 내란 관련 혐의가 적용된 이번 사건의 후폭풍 때문에 김 대표의 대선 개입 사태를 의제로 하는 양자회담 제의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민생 5자회담 외에는 수용할 뜻이 없어 보이는 박 대통령이, '대선 개입'과 '내란'이 뒤엉킨 혼탁한 국면에서 김 대표의 요구대로 해외순방(9월4~11일) 전까지 답변을 내놓을지 미지수다.
야권 및 시민사회로부터 고강도 개혁은 물론 해체 압박까지 받아온 국정원은 이번 압수수색을 계기로 존재감을 확인하며 내부 개혁 등 반격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국정원이 'NLL, 김현·진선미 의원 제척, 귀태 발언'과 마찬가지로 대선 개입 사태 물타기용으로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한 것이 드러난다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대선 개입'에 이어 '내란' 등 상상을 초월한 단어가 정치권에 잇따라 등장하는 전개에 "국기문란 대한민국"이라는 자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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