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모든 정국 현안을 뒤덮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또 다시 침묵모드다.
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됐던 지난달 28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만일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이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을 궁금해 하는 기자들에게 "아직 대통령의 반응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내용의 엄중함으로 봤을 때 대통령께서 보고를 받지 않았겠는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이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 정상의 발언이 들어있는 대화록을 무단으로 공개해 파문이 일었을 때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의원 사건과 NLL 대화록 공개는 별개 사안처럼 보이지만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의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여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의 불법성을 성토하고 진실 규명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각계 각층과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다.
두 사건은 4대강 사업과 경제민주화 등 주요 쟁점까지 한꺼번에 흐리게 만들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석기 사건과 청와대 사이에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파문으로 내부 개혁 위기에 몰린 국정원과 그 화살을 맞는 청와대가 함께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의 등장과 공안정국 조성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김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 공안통들이 청와대 핵심으로 자리잡은 직후 불거졌기 때문이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3일 YTN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이석기 사건의 지휘사령탑을 김기춘 비서실장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남재준 국정원장이 남북정상대화록을 임의로 비밀을 해제하고 공개함으로써 오늘의 이 정치상황과 파국을 만들었다"며 "남 원장이 국정원 개혁에 대한 1차 도발을 했다. 지금 김기춘 실장이 이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민 본부장은 또 "언론에 보도된 비서실장 교체 이유는 검찰을 통제 못해 국정원 사건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게 방치하고 여야 갈등상황과 정체상황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이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김 실장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 그 분이 검찰 총장과 법무부 장관 때 이런 일에 많이 관여했고 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그것을 통해서 정책을 갖다가 지배했던 그런 경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의혹을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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