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흥민 우청용'..축구대표팀 전술로 자리잡나
2013-09-09 12:26:02 2013-09-09 12:29:40
◇이청용.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축구대표팀의 날개가 모처럼 활짝 펼쳐졌다.

대표팀은 지난 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아이티와 평가전에서 손흥민(21·레버쿠젠)과 이청용(25·볼튼)의 활약 속에 4-1로 이겼다.

대표팀의 4골은 모두 이들의 발 끝에서 나왔다. 왼쪽 날개 손흥민은 전반 21분과 후반 27분에 '멀티골'을 터트렸다. 대표팀의 골 가뭄을 해갈하는데 20분이면 충분했다.

오른쪽 날개 이청용은 교체 투입 이후 후반 4분과 후반 12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높은 수준의 드리블을 뽐내며 다소 침체된 대표팀 공격의 맥을 짚었다.

홍명보 감독은 대승에도 끝내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팀에 필요한 건 승리였고 골이었다"면서 "다른걸 다 떠나서 우리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이날 경기는 '골'에 집중됐다. 대표팀은 동아시안컵과 페루 평가전을 치르며 3무1패를 기록했고 1득점에 그쳤다. 달라진 경기력과 분위기는 높게 평가 받았으나 문전 앞에서 침착함은 여전히 부족했다. 방점을 찍지 못해 이전까지의 과정들이 평가 절하됐다.

지난 1~2기 대표팀은 김동섭(24·성남), 서동현(28·제주), 김신욱(25·울산), 조동건(27·수원) 등이 공격 선봉에 나섰지만 돌아온 성적표는 초라했다. 이에 홍명보 감독은 직접 독일 출장에 나섰고 귀국 직후 아이티전과 오는 10일 크로아티아전에 맞서는 3기에 유럽파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티전에서 한국은 초반 지동원을 원톱으로 내세우고 왼쪽에 손흥민과 오른쪽에 고요한(25·서울)을 내세웠다. 홍명보 감독은 왼쪽이 편하다는 손흥민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이후 "손흥민에게는 본인이 교체 사인을 보내기 전까지 빼지 않겠다고 미리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간 대표팀에서 출장 시간을 보장 받지 못했던 손흥민에게 마음껏 뛰어보라는 배려였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주던 그 모습 그대로를 대표팀에서 재현했다. 측면을 타고 가다 중앙으로 돌파하는 모습은 대표팀 하나의 전술로서 가치 있음을 입증했다.

이청용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날개로 출장했다. 오른쪽 날개 고요한의 몸이 무겁자 홍명보 감독은 지체 없이 그를 투입했다. 이청용은 후반 2차례의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그 과정은 47차례의 A매치 경험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청용은 공격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영을 휘저었다.

당황한 아이티 수비진은 위기에서 이청용에게 반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이후 홍명보 감독의 평가도 후했다. 홍 감독은 "개인적인 능력도 있었지만 옆에서 받쳐주는 선수들과 함께 하려는 모습이 좋았다"고 이청용의 이타적인 경기 운영을 언급했다.

이청용 또한 홍명보 감독이 최전방에서부터 수비를 강조했다고 전하며 대표팀에서 보다 팀 수비에 신경 썼음을 밝혔다. 이청용은 어느 새 대표팀 에이스로 평가 받고 있다.

영국 현지에서도 이청용을 높게 평가 하고 있다. 영국 언론 '볼턴뉴스'는 지난 8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잘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이청용이 챔피언십에 있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보도했다. 올 시즌 전부터 나돌던 EPL소속 구단으로의 이적이 사실무근으로 확인 되자 그가 2부리에서 뛰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다.

축구대표팀은 10일 저녁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크로아티아와 맞붙는다. 이청용은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에도 나선 경험이 있어 출전 가능성이 높다. 이청용은 "그때 많은 것을 느꼈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뛰면서 많은 자신감을 찾았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손흥민은 동갑내기 '경쟁자' 윤일록(21·서울)이 있지만 여전히 출전 가능성이 높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의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진정한 '좌흥민 우청용' 날개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