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국내 쌀 시장 여건을 고려해 쌀 수입을 전면 개방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당장 내년이면 수입 제한이 만료돼 시장 개방 문제를 두고 정부의 입장과 대책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정부는 국내 쌀 자급률과 소비량 등을 고려해 쌀 수입 전면 개방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국내외 쌀값 차이가 줄고 매년 쌀 의무 수입량에 따른 부담이 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우루과이라운드 재협상 때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을 2만 톤씩 늘리는 대신 오는 2014년까지 쌀 수입 개방을 미룬 상태다.
그러나 농림부 등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1982년에 130kg였지만 1992년 112.9㎏, 1998년 99.2㎏로 점차 감소세며 2001년 88.9㎏, 2006년 78.8㎏, 2012년 69.8㎏까지 내려갔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당시 국내 쌀 소비량과 지금의 소비량은 40㎏ 이상이나 차이 나는 상태. 더군다나 내년이면 정부의 쌀 의무 수입물량은 20만5000톤에서 40만9000톤으로 늘어난다. 이는 국내 연간 밥쌀용 소비량 12%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안 먹는 쌀이 남아 돌아 자칫 쌀 값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근거가 없는 쌀 관세 유예을 연장하며 다른 나라 눈치를 보느니 쌀 수입 개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무역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심재권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쌀 시장 개방 가능성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심 의원의 주장처럼 당장 쌀을 전면 수입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 역시 "2015년 이후 쌀 관세화 전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부가 어떤 방침도 결정한 사실이 없다"며 "쌀 관세화는 쌀 시장을 개방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농업계 의견, 쌀 수급상황 등 국내적 여건과 대외적인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부 입장을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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