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적표현물을 소지·배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국문학 박사학위과정 수료자가 6년간의 재판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이적표현물을 판매해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8)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찬양·고무' 등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행위는 이적행위를 한다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 목적범으로 이적행위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이적단체에 가입한 적이 없는 점 및 피고인의 그 동안의 경력, 서적판매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경위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서적들을 판매한 행위에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같이 판단한 근거로 김씨가 소지한 서적들은 북한 문학의 연구를 위해 필요한 서적들로 김씨가 연구목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가 이같은 서적들을 판매한 동기가 생계 목적이었다는 주장을 단정적으로 부정하기 어려운 점, 서적판매 사이트를 개설할 당시 제3자를 대표로 내세운 것도 본인이 신용불량자로 판매사이트를 개설할 수 없는 처지인 데다가 대표를 맡은 사람도 그동안 서적을 공급해 주는 등 사업을 처음부터 도와줬기 때문인 점 등을 들었다.
김씨는 서울의 모 사립대에서 국문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북한의 사상(주체의 사상, 이론, 방법)' 등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를 찬양·고무하는 내용을 담은 서적 85종 140권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비슷한 내용의 불온서적 88종 170권을 소지한 혐의로 2007년 10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해당 서적들을 소지·판매한 것은 맞지만 이적행위가 아닌 연구목적으로 소지한 것이었고 서적을 판매한 것 역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활비 마련 등을 목적으로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김씨가 해당 서적들을 연구목적으로 활용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생계를 위한 판매였다고도 보기 어려운 점, 서적 판매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할 당시 본인이나 친인척이 아닌 제3자를 대표로 등록한 점 등을 들어 유죄로 판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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