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 '운명의 한주'..유전무죄 무전유죄 깨지나
김승연 26일, 최태원 27일 '선고'..SK·한화 '초비상'
2013-09-24 16:29:47 2013-09-24 17:13:09
[뉴스토마토 최기철·김기성·김영택기자] 운명의 한 주를 맞았다. 결과에 따라 그룹 총수를 잃을 수도 있다. 재계 서열 3위 SK와 10위 한화 얘기다.
 
동시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법부의 의지도 읽을 수 있다. 법원이 어떤 기준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지배하던 한국사회에 일대 변화가 올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법의 엄격한 잣대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만큼 SK와 한화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겉으로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상이 걸렸다. 그간의 공판 기록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고,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 검토를 마쳤다. 총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피로감도 커졌다.
 
먼저 오는 26일 오전 10시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의 상고심 선고공판을 연다. 김 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계열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올해 4월 서울고법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에 벌금 50억원을 선고받았다. 침대차에 누은 채로 법정에 출석해 선고를 받은 김 회장은 횡령 혐의는 벗었으나 배임 혐의가 그대로 적용되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지병에 조울증과 호흡곤란 등이 겹쳐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자  지난 1월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3월과 5월, 8월 등 3차례 구속집행정지 기한이 연장됐다. 현재 서울대병원 특실에 입원 중이다.
 
한화는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된 뒤 비상경영 체제를 구축,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의 무게감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그룹의 명운을 건 이라크 재건 사업과 태양광 사업이 도무지 진척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한화가 김 회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의 부재에 따른 그룹의 어려움을 일부 과대 선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최근 배임에 대한 법적 모호성을 지적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실패마저 배임으로 치부하면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책임경영을 하겠느냐는 취지다.
 
김 회장의 건강 악화와 선장을 잃음으로써 가중된 그룹의 어려움, 그리고 배임에 대한 사법부에 온정을 호소할 경우 대법원에서 원심을 뒤엎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일부 기대도 있다. 그러나 현재 감지되는 사법부의 기류는 지극히 냉랭하다. 
 
당초 10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대법원 선고가 보름 가량 앞당겨진 점도 한화 측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쟁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예상보다 선고일정이 앞당겨졌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최대한의 선처를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 직후인 27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최 회장은 1심에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반면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아 형제 간 명운이 엇갈렸다.
 
현재 SK그룹은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최대한 차분한 분위기를 내비치고 있지만 임원진 이상 최고위 경영진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긴장감에 피로감까지 극에 달해 지칠 대로 지쳐 있다고 내부 관계자는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지난 7월 대만에서 체포되면서 반전의 기류를 마련하는 듯 보였으나, 재판부가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 신청을 기각하면서 SK의 실망감도 커졌다.  
 
더욱이 일각에서 김 전 고문에 대한 기획 입국설마저 제기돼 SK로서는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됐다. 또 최재원 부회장이 김 전 고문 체포 당시 현장에 같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같은 주장에 한층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현재 최 회장 형제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게 중론. 그만큼 안갯속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혐의에 대해 눈물을 보일 정도로 반성하는 만큼 양형에 충분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전 고문에게 대부분의 혐의를 미뤄 책임 회피에 대한 재판부의 엄벌이 있을 것으로 보는 기류도 존재한다. 또 1심과는 달리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 회장의 경우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만큼 참작 사유가 있다. 1심보다 감형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가능성 또한 절반 정도여서 판결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 또한 한화와 마찬가지로 최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그룹이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수직구조에서 탈피, 독립적 자율경영체제를 도입하고 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사실상의 결정권을 지닌 총수의 부재로 난상토론만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상유지가 최대 목표라는 얘기로 흘러나온다.
 
특히 최 회장이 주도했던 글로벌 신시장 개척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최 회장의 부재로 굴곡을 겪던 ‘우한 프로젝트’는 지난 6월에 되서야 중국 정부로부터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무려 7년만의 결과였다.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합작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나프타 분해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그간 최 회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경영 공백은 당장의 실적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사업 전반에 큰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구조와 문화의 특성상 최 회장과 김 회장의 공백은 SK와 한화에게 치명타"라고 말했다. 10대그룹의 일원으로 우리경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SK와 한화에게는 피말리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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