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FC서울과 에스테그랄의 맞대결을 두고 두 팀의 시각이 조금 다르다.
일찌감치 서울 최용수 감독은 "K리그의 자존심이 걸렸고 한국을 대표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의 아메르 갈레노이 감독은 "이건 대표팀과는 관계없는 클럽 축구"라고 선을 그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이란 국기를 볼 수 있었다. 1만2774명이 들어찬 관중석 곳곳에서는 이따금 태극기도 보였다.
국내 분위기는 이란 축구대표팀과 악연을 의식해 "FC서울과 이란의 경기는 국가대항전"이라는 생각이 깊다. 실제 팬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다.
경기에 앞서 두 팀 팬들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들어봤다. 그리고 날 것 그대로 담아봤다.
◇이란 팬 "이건 에스테그랄 경기"
◇이란 국기를 펼친 축구팬 데이빗. (사진=임정혁 기자)
자신을 한국에서 3년간 일한 데이빗(42)이라고 밝힌 이란 축구팬은 "이건 클럽 축구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겨도 져도 에스테그랄의 경기라는 게 이 팬의 생각이다.
다음은 데이빗과 짧은 인터뷰.
-May I take your picture?(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나 한국어 잘 한다. 영어 안 해도 된다.
-매우 고맙다. 10초간 긴장한 나를 살렸다. 이란 응원하러 왔나?
▲가족 4명에 친구들까지 해서 왔다. 친구들이 아직 안 왔다. 우리는 6명 정도 될 것이다.
-저쪽에 보니까 이란 팬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맞다. 오늘 200명 가까이 온다고 들었다.
-이란 국기를 들고 왔다. 이란을 응원하나?
▲이란 사람인데 당연히 이란 응원한다. 경기에서는 에스테그랄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활약할 것 같고 몇 대 몇 점수를 예상하나?
▲당연히 자바드 네쿠남이 잘 할 것이다. 1-0 정도로 우리가 이길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경기를 국가대항전 성격으로 보는 분위기인데.
▲그건 아니다. 클럽 축구는 클럽 축구일 뿐이다. 대표팀과는 관계없다.
-그럼 에스테그랄이 이겨도 이란 축구가 이기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 이겨도 에스테그랄이 이기는 것이고 져도 에스테그랄이 지는 것이다. 이란 대표팀과는 다른 얘기다.
-고맙다. 좋은 시간되길 바란다. 그런데 차마 이기라고는 말 못하겠다.
▲알았다. 그래도 우리가 이길 것이다. 전화번호는 하나 가르쳐 주고 가라. 기사를 봐야겠다.
◇한국 팬 "클럽축구라고? 립서비스 일 뿐"
◇한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FC서울을 응원한 노지민씨. (사진=임정혁 기자)
노지민(27)씨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이날 경기장에 왔다. 그는 이란 팀 분위기나 이란 관중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클럽 축구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립서비스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노지민씨와 짧은 인터뷰.
-반갑다. 잠깐만 시간 좀 내달라. 어딜 그렇게 뛰어가나?
▲지금 표 끊어야 한다. 큰일 났다. 예매를 못했다.
-잠깐만 얘기 좀 하자. 국가대표 유니폼 입고 와서 그렇다.
▲알았다. 잠깐은 괜찮다. 국가대표 유니폼은 이 경기가 한국 축구경기라는 생각에서 입고 왔다. 원래 FC서울의 팬이기도 하다.
-그럼 오늘 경기가 한국 축구와 이란 축구의 대결이라고 보나?
▲맞다. 이건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걸린 경기다.
-이란 감독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그냥 클럽 축구일 뿐이라는데.
▲그거 다 립서비스다. 내가 이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종종 한국 축구를 무시했다.
-어떤 면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나. 바빠도 자세히 말해 달라.
▲러시아에서 유학을 다녀왔는데 그때 이란 친구를 사귀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가끔 한국 축구를 무시해서 설전을 벌이곤 했다.
-화가 많이 났겠다. 그럼 오늘도 역시 과거 이란 대표팀 감독이 날린 '주먹 감자'를 의식하고 있나?
▲당연하다. 그건 굉장한 국가적 모욕이었다. 화나는 일이었다. 이란도 수도 팀이고 한국도 수도 서울 팀이라 내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온 것이다.
-오늘 경기 어떻게 예상하나?
▲2-0으로 서울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빨리 가서 표 끊어라. 예상 적중하면 전화하겠다.
▲알았다. 그리고 오해하지 마라. 나 원래는 혼자 안 다닌다. 집이 이 앞이라 급하게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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