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키코(KIKO, Knock-In, Knock-Out)계약은 불공정행위가 아니므로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5년간의 법정투쟁이 사실상 은행측 승소로 돌아갔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급심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26일 수산중공업 등 4개 기업체가 우리은행 등 은행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등 반환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특히 기업들이 키코의 무효사유로 주장한 ▲민법상 불공정행위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파생상품 업무처리 모범규준 위반 ▲신의칙 위반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또 키코의 취소사유로 주장한 ▲옵션의 가치 ▲수수료 또는 제로 코스트 ▲환 헤지 적합성 ▲환율 변동 가능성 등 관련 기망 또는 착오 등을 이유로 한 취소 ▲기망에 의한 손해배상 ▲콜옵션 행사 포기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 등의 상고이유 역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다만 기업의 경영상황 등에 비춰 환 헤지 목적에 적합하지 않은데도 계약체결을 권유하거나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은행에 대해서는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인정 은행에게 손해의 일부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기업이 KIKO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순수한 환 헤지 목적이 아닌 환투기적 목적에서 KIKO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은행측의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주)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과 (주)모나미가 한국스탠다드차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주)세신정밀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는 통화옵션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은행의 책임을 인정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또 (주)삼코가 하나은행과 맺은 두 개의 계약 중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 하나의 계약에 대해서는 은행이 일부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원심을 확정하고, 나머지 사건은 원심대로 원고패소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키코의 환헤지 적합성에 대해 "전체 환율 구간이 아닌 일부 구간에서만 환위험 회피가 된다고 해서 구조적으로 환 헤지에 부적합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반드시 기업이 보유하는 외환현물 전체에 대해 환 헤지가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또 "외환현물을 보유하거나 보유할 것을 예상하는 고객이 환 헤지 목적으로 KIKO 계약을 체결하면 환율이 상승하여 KIKO 계약 자체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외환현물 보유로 인한 환차익이 발생하여 전체적 손익은 변화가 없다"며 "KIKO 계약 체결로 오히려 더 큰 환위험에 노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키코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녹인과 녹아웃(Knock-In, Knock-Out) 조건, 레버리지 구조, 은행이 취득하는 콜옵션의 이론가를 기업이 취득하는 풋옵션의 이론가보다 크게 해 그 차액을 수수료로 수취하고 별도로 이를 지급받지 않는 특성상 키코 계약의 구조는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키코 상품은 환율이 약정한 일정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2008년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집중 판매했다.
그러나 2008년 가을 환율이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큰 손해를 봤다. 금융감독원의 당시 집계에 따르면 이때 기업들은 총 3조3500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당시 피해기업들 210개사가 은행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소송을 냈으나 하급심에서 10~50%, 최근 70%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40개사 외에는 대부분 패소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7월 키코소송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당사자들의 주장을 심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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