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선고 눈앞..최태원 SK 회장 사건 결론은?
2013-09-25 17:43:00 2013-09-25 17:43:00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횡령 혐의로 기소된 SK(003600)그룹 총수 형제에 대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오는 27일 오후 2시에 나온다. 1심 재판부의 선고가 있은지 7개월 만으로, 그 동안 한 번의 변론재개와 선고기일 연기 그리고 두 차례의 결심공판을 거쳤다.
  
항소심 선고기일 전까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증인소환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는덴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최 회장의 사건을 맡은 이 법원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는 당초 공지한대로 27일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그렇게되면 최 회장 형제에겐 마지막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대법원의 심리만이 남게 된다. 대법원 선고까지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수개월 넘게 걸릴 전망이다.
  
◇ 최태원, 항소심서 진술 '번복'..김원홍 없이 항소심 결론 
 
SK그룹 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시작부터 1심과는 다른 쟁점으로 진행됐다.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회장은 '몰랐다'던 '펀드 출자금'에 대해 '알고 있었고', '혼자 했다'고 진술했던 최 부회장은 '방어막이 되려 거짓말을 했다'며 1심 진술을 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더 나아가 "인출자는 제3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서의 제3자는 김 전 고문을 뜻하는 것으로, 그에게 이번 횡령 사건의 주된 혐의를 집중시킴으로써 최 회장을 공소사실과 무관하게 만들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갑작스런 입장 변화에 대해 검찰도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을 내보였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는 '최 회장 형제 중 '펀드 선지급' 결정과 '송금지시'를 누가 했는가'를 떠나서, 현재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김 전 고문의 역할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법정 출석 여부가 재판에서 거론됐지만 실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그런데 재판이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최 부회장측은 김 전 고문이 증인으로 출석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대만 등지로 그를 종종 만나러 간다는 사실을 재판부에 전했고, 급기야 김 전 고문은 지난 9일로 예정됐었던 선고기일 전에 전격 체포됐다. 이에 그의 국내 조기송환 여부가 세간의 관심을 받았는데, 이는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김 전 고문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두 차례 변론재개 신청을 하면서까지 그에 대한 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최 회장 등과의 통화내용이 녹음된 김 전 고문의 녹취록이 법원에 제출된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김 전 고문의 입장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가 언제 국내에 송환될 지 모르는데, 기다릴 수 만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검찰도 "김 전 고문을 굳이 증인신문하지 않아도 최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2008년 10월 말 SK텔레콤, SK C&C 등 2개 계열사에서 선지급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계열사 임원들에게 매년 성과급(IB)을 과다 지급해 돌려받는 방식으로 2005~2010년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포함됐다.
 
최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물옵션 투자를 위해 김준홍 베넥스 대표를 통해 국외 체류 중인 김원홍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반면, "형은 몰랐다"고 주장해온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 검찰에 '공소장 변경' 요청..대법원 판단 남아
 
'최 회장의 진술 번복', '김원홍 전 고문의 역할과 영향력',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 진술의 신빙성'은 이번 사건의 유무죄를 가리는 중요한 변수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가 아닌, 김 전 대표를 직접 10여차례 넘게 하루종일 집중 신문하면서 사실관계를 파악해 나가려 노력했다. 재판부는 선고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려고 변론을 재개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요청한 부분은 최 회장의 '범죄 동기·경위' 부분을 공소사실에 적힌 '경제적 어려움' 탓이 아니라 '김 전 고문의 투자 제안, 그리고 동생의 투자금 마련' 때문인 것으로 변경하라는 것이었는데, 검찰은 재판부의 요구 사항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재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의 투자 권유를 받은 최 부회장이 김 전 대표에게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하게 했고, 그 결과 투자금 명목의 '베넥스 펀드 선지급' 방법이 제시됐는데, 김씨 등의 부탁을 최 회장이 승낙해 SK그룹 계열사에게 펀드 출자 선지급금을 만들게 했고, 김씨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소사실이 판결에서 인정되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최 부회장도 항소심에선 유죄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무죄를 주장하는 최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송금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최 회장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면 결과는 반대다.
 
법원이 양형요인을 이들 형제에게 어떻게 적용할지도 관건이다.
 
1심에서 최 회장은 "전혀 몰랐다. 억울하다"는 입장만을 강조한 반면, 항소심 부터는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항소심 법원의 결론이 나면, SK그룹 사건은 이제 대법원의 판단만을 남겨 두게 된다.
 
최 회장 측은 중요 증인에 대한 진술을 듣지 않고 선고를 내렸다며 '심리미진' 등의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되고, 물론 대법원이 항소심의 선고형을 확정할 수도 있다.
 
반면 최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최 회장 측으로서는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채택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고문이 법정에 서면 최 회장 측은 '김 전 고문이 주도한 범죄'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최 회장이 횡령을 주도했다'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공판 진행과정을 봤을 때 김 전 고문이 최 회장 측에게 반드시 이익이 되는 증언을 할지는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항소심 선고기일로 예정된 27일까지 불과 이틀 남았다. 선고 이전까지 김 전 고문이 국내로 송환되기만 하면, 변호인은 변론재개 요청을 다시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재판부로서는 김 전 고문이 송환되는 것과 무관하게 예정대로 선고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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