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전주혜)는 조 전 청장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던 1심을 파기하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또 보석중지를 명령해 재수감시켰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강연때 발언한 '10만원짜리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피고인 스스로도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어떤 내용을 듣고, 차명계좌가 어떤 계좌를 뜻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어 "피고인은 차명계좌 이야기를 들려준 당사자로 지목한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을 세 번 만났을 뿐"이라며 "만난지 몇 번 안된 사람의 말을 믿는건 통상적이지 않고, 임 전 이사장이 중수부의 수사상황을 알 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당시 서울청장으로 근무하던 피고인이 노 전 대통령의 사망에 대한 정확치 않은 발언을 해 피해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안겼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을 접한 국민들은 피고인의 주장이 허무 맹랑한 게 아니라, 일반인으로서는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아는 청장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나름 구체적인 근거로 이야기 하는 거라 믿었고, 사망의 원인을 둘러싼 의혹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 전에 "노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기록은 역사 속에 묻혔다. 계속해서 수사가 진행됐다면 기존에 발표된 것 외에 또 다른 금품수수가 있었는지 여부, 노 전 대통령에게 형사적 책임이 있었을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근거 없는 주장이나 국민의 화합을 해치는 소모적인 주장은 되풀이 하지 않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22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성실히 일한 점 등을 참작했다"며 감형 사유를 밝혔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3월 일선 기동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바로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다"는 등의 발언을 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전 청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나, 수감된 지 8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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