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동부그룹이 발끈했다. 최근 유동성 위기로 그룹 해체 위기에 직면한
동양(001520)그룹과 한 데 묶이면서 시장의 혼란만 커졌다.
특히 동양 사태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동부그룹이 동양그룹과 재무 상황이 비슷하다는 증권사 분석에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도 출렁였다.
참다 못한 동부그룹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해당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연구원도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 보고서를 냈다. 잘못된 분석과 실수로 해당기업은 물론 시장의 불안감만 커졌다는 비판이 자연스레 뒤따랐다.
◇LIG證 "동부그룹 위험도 높다..동양과 비슷"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4일 '그룹리스크 진단: 위험하지만 참을만 하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동부그룹의 위험도가 가장 높으며, 차입 구조가 동양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유 연구원은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 5곳을 분석한 결과, 동부그룹이 이중 가장 위험한 수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현대·
한진(002320)·
두산(000150)·이랜드 등도 재무 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이어 "철강 부문의 설비 투자가 확대했으나 실적이 부진하고 건설 부문의 미수금은 누적되고 있다"며 "전자 부문의 재무구조 개선 지연과 비금융 계열의 차입금 확대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동부그룹의 1년내 만기 도래액 비중은 59.3%인 3조5637억원. 사채와 단기차입금의 비중은 총차입금의 59.1%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동부그룹의 만기가 단기화되는 추세인 데다 시장성 차입 비중이 증가하는 등 동양과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결론냈다.
◇동부 "사실과 달라"..애너리스트 "잘못 인정"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보다 못한 동부그룹이 나섰다. 동부그룹은 1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보고서 내용 어디에서도 동부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근거가 무엇인지, 차입구조가 왜 동양과 유사한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룹마다 영위 업종과 특성이 다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위험 순위를 정한다거나, 차입 구조가 다른데 비슷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증권사 분석 보고서의 기본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동부그룹의 차입금을 살펴보면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이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채는 전체 차입금의 3분의 1이며, 기업어음(CP)은 미미한 수준이다.
동부제철의 경우 내년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가 약 6800억원 수준이지만 ▲회사 보유 현금(1200억원) ▲지속적인 현금창출 능력(연간 에비타 2400억원 수준) ▲당진 부두 지분 매각(3000억원) ▲회사채 신속인수제 활용 등을 통해 충당할 수 있다는 게 동부그룹 주장이다.
동부건설은 내년 말까지 도래하는 회사채가 2770억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동자동 오피스빌딩 매각(2800억)과 동부익스프레스 매각(1700억) 대금만으로도 유동성 확보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또 특정 계열사에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계열사나 그룹 차원으로 확대될 확률도 낮다. 주력 계열사들끼리 수직 계열화를 탈피해 독립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지배구조가 순환출자 형태가 아닌 데다 계열사 간에 연결 고리도 없다는 게 동부 측 설명.
◇16일 동부그룹에 대한 내용을 정정한 LIG투자증권 보고서
결국 LIG투자증권은 같은 날 정정 보고서를 냈다. 유선웅 연구원은 "수익성 전망, 상환과 차환, 자산 유동화와 구조조정 계획 등 기업 위험도를 고려하는 다양한 요소를 배제하고, 부채의 관점에서만 리스크를 분석하는 오류가 있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유 연구원은 "종합적인 관점에서 리포트를 작성해야 함에도 편향적인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이에 정정 보고서를 발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담보 제공 중인 금융기관 차입금의 연장 가능성이 높고, 시장성 차입금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 기업어음(CP) 발행이 거의 없다는 점, 투자 적격 등급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양을 닮아가는 중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아 수정한다"고 밝혔다.
또 "동부그룹 계열사의 자구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재무 리스크 완화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LIG투자증권이 뒤늦게 수정 보고서를 냈지만 동부그룹으로서는 이미지 타격과 신용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른 기업들도 이 같은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부분 증권사 연구원의 보고서를 투자에 참고하는데 이렇게 무책임한 분석을 내놓는다면 기업들로서는 불안해서 살겠느냐"며 "나쁜 소식은 쉽게 인지하게 되지만 정정 내용을 눈여겨 보는 사람이 몇이나 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동부그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무 위험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분 매각과 자산 유동화뿐 아니라 다양한 재무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차입금 규모를 낮추고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한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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