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기자들 사이에서 외국계 IT기업은 취재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힙니다. 정보공개에 매우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영업기밀이나 핵심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노코멘트"라는 답변을 반복하기 일쑤입니다. 게다가 유한회사 형태로 지사를 설립하면서 공시의무를 적용받지 않아 중요 경영상황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최근 애플이 한국 개발자 상대로 사업자 등록증과 통신판매업 등록증을 요구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을 때도 그렇습니다.
만약 정책이 현실화 된다면 세금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개발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애플은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세간에서는 추측과 루머만이 난무했습니다.
“왜 취재협조를 하지 않냐”고 징징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상식적인 의무조차 지키지 않는 외국계 IT기업의 행태가 올바른가”는 문제를 제기하기 위함입니다.
컨설팅회사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의 한국시장 매출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인
NAVER(035420)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한국시장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는지 살펴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입니다. 앞서 언급한 ‘사업자 등록증 의무화 논란’처럼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횡포를 부리는 일은 아주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고객관리 측면에서 살펴보면 2010년 아이폰 도입 이후 여전히 사후처리(AS)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리퍼폰(부품을 재조립해 만든 휴대폰) 교환제도만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고용창출과 같은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을까. 애플코리아의 직원은 50명 안팎에 불과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 탓에 애플코리아 직원들의 1인당 매출은 수백억원에 이른다"며 비꼬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외국계 기업들이 유한회사를 선호하는 것도 설립과 해산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즉 여차하면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는 의미지요.
지금까지 이들은 해외 선진화된 기업문화와 기술력을 전파하는 존재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런 순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점점 어두운 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점령군인양 행세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대응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 앱스토어 (사진제공=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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