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국정원 특별검사를 제안하자 민주당은 수사를 지켜보자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특검을 해야한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하던 때와는 상반된 모습니다.
4일 안철수 의원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신뢰할 수 없고 정쟁 장기화가 우려된다며 여야에 특검을 제안했다.
안 의원이 제안한 특검 수사는 국정원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사이버사령부, 보훈처, 안전행정부 등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모든 정부 부처와 검찰 외압 의혹도 포함돼 있다.
불법 대선개입 의혹들은 모두 특검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 문제에만 전념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안 의원의 특검 제안을 일단 거절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특검 도입 문제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 또 다른 국가기관들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조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특검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의외다.
민주당은 국정원 국정조사가 성과 없이 끝나자 특검을 강하게 요구했다. 국정원이 사이버사령부 불법 대선개입 의혹을 자체 수사한다고 했을 때도 특검 주장이 나왔고, 윤석열 팀장이 배제된 것에 대해 수사개입이라고 우려했다.
특검에 대한 입장이 변한것이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전화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특검을 하는 것에는 당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안 의원과 사전 논의가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 대변인은 “안 의원은 수사 범위까지 다 정했다”며 “아직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수사 범위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라며 안 의원의 제안을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좌) 안철수 무소속 후보(우)(사진=민주당, 김현우 기자)
민주당의 특검 수용이 검찰 수사팀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팀장 덕분에 공소장 변경이 허가되는 등 검찰 특수수사팀이 수사에 총력을 다 하고 있는데, 제1 야당에서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특검을 주장하면 특수수사팀은 낙담하게 될 것”이라며 재판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 제안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도 있다.
또 다른 의원은 “불법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실상 무대응으로 나오고 있다. 자체 조사를 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특검에 대한 당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안 의원의 제안을 바로 수용하면 민주당이 끌려가는 것으로 비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특검 제안을 바로 수용하지 않은 이유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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