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정부가 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전해지자마자 정치권과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여러 비판적인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TF(팀장 정점식 서울고검 공판부장)'는 이번 해산심판에 대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정점식 팀장은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고 "우리도 기본적으로 법률가다"라면서 "우리가 일단 먼저 판단했고. 우리 판단이 옳은지는 헌재에서 결정을 할 것"이라며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하게 된 근거를 밝혔다.
◇ 진보적 민주주의·민중주권주의 문제 삼아
먼저 TF팀은 통진당이 최고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문제 삼았다.
TF팀에 따르면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 김일성 전 주석이 1945년 10월 “‘진보적 민주주의’가 인민에게 자유·권리를 주고 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보장한다”라는 강연을 한 이후 북한의 건국이념이 된 '진보적 민주주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주, 연대연합, 평등, 부강한 국가건설, 혁명, 평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데,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역시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정 팀장은 “소위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통해 북한이 현재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 측에 전달한 지령”이라면서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그대로 견지하기 어려운 정말 부득이한 경우 진보적 민주주의의 내용들이라도 기어이 관철시켜야할 것’이라는 지령을 북한이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TF팀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실현하기 위해 도입한 민중주권주의 역시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TF팀은 민중주권주의가 ‘일하는 사람이 주인된 세상’을 목표로 해 소위 특권계층의 주권을 박탈하고 ‘일하는 사람;인 민중만이 주권을 가지는 사회를 추구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주권을 가지는 개념인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고 밝혔다.
◇ 이석기 의원 등의 ‘RO' 활동도 근거
TF팀은 통진당이 북한의 ‘강온양면전술’에 맞춰 반국가·이적활동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강온양면전술은 무력혁명만을 추구하던 북한이 탈냉전시대를 맞이해 새롭게 세운 전술이다.
소위 ‘혁명’ 전에는 공개조직인 당을 통해 혁명을 준비하고,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도래하면 배후조직인 ‘RO’를 통해 무장봉기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통진당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경기동부연합’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RO를 결성 통합진보당을 장악하면서 무장봉기를 준비해왔다고 TF팀은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 의원 등의 RO활동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사법부의 유·무죄 최종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TF팀이 RO활동을 근거로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한 것은 섣부른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팀장은 “일반적 범죄 사실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왜 기소했느냐’고 검찰에 따지는 것과 같은 얘기”라면서 “이번 건은 정당의 주요 핵심세력들이 가지고 있는 정당 이념에 대해 우리가 내린 판단이 옳은지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이 심리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통진당, 지령을 통해 북한과 연계돼 있다"
TF팀은 기본적으로 통진당이 지령을 통해 북한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TF팀은 2003년 민주노동당 고문 강모씨 간첩 사건, 2006년 민노당 주요 당직자가 포함된 일심회 간첩단 사건,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TF팀에 따르면 북한은 민노당 창당 시절부터 민노당을 중심을 한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3당 합당에 이르기까지 지령을 통해 통진당을 움직여왔다고 보고 있다.
TF팀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민노당은 2005년 12월 ‘당직 선거시 정책위원회의장으로는 경기 동부의 이용대, 현 비대위 집행위원장(문성현)을 당대표’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그대로 따랐다.
2011년 2월 ‘민노당을 중심으로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3당합당 추진’이라는 지령을 받고는 같은 해 12월에 진보정당 3당 대통합이 이뤄졌다.
2011년 5월 ‘민주당 등 개혁정당들과의 연대를 더 잘해 나가며 다음 해 총선 준비를 추진’이라는 지령이 내려진 후에는 지난해 3월 다른 야당과의 총선 연대에 나섰다.
TF팀은 “북한 지령을 통해 북한과 연계해온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존치할 경우 북한과 함께 우리나라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TF팀장이 5일 서울고검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 신청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