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원전 안전도 높이고 탈원전 고민할 때
2013-11-08 20:03:18 2013-11-08 20:06:4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앵커: 요즘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유출 때문에 생선도 못 드시고 걱정이 많으시죠? 하지만 이게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올여름 원전 비리로 원전이 10기나 가동을 멈추면서 정말 원전 사고 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정부가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0%대로 줄이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내놨습니다. 원전 비리와 각종 사고 등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아진 걸 반영한 겁니다. 원전 비리 이후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경제부 최병호 기자 나왔습니다.
 
최 기자. 지난 5월 말 원전 납품비리가 밝혀진 이후 지금까지 6개월 정도 흘렀는데요. 얼마 전 한국수력원자력이 불량 부품을 공급한 JS전선(005560)에 10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아직도 여파가 계속되고 있죠. 먼저 원전 사고의 경과부터 알려주시죠.
 
기자: 네. 원전 비리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지난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고리 원전1·2호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JS전선이 불량 케이블을 납품했고 케이블 성능을 점검하는 새한TEP는 점검 결과를 위조했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부품 납품과 점검 과정을 관리·감독할 한수원 직원까지 뒷돈을 받고 이를 눈감아 줬다는 겁니다.
 
정부는 자체 진상조사 후 5월28일 이 사실을 발표했구요. 비리 연루자와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소했으며 검찰 역시 부산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지난 9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143명을 기소하고 이 중 29명을 구속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처음에는 단순 비리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대형 권력비리였다는 겁니다. 이번 사건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전 한수원 사장, 국정원 직원, 전 서울시 의원까지 연루돼 뇌물을 받고 청탁과 알선을 했습니다.
 
앵커: 원전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발전시설인데요. 이걸 가지고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삼다니, 애꿎은 국민만 원전 중단으로 전력난을 겪고 전기요금 부담만 안게 됐군요. 그렇다면 이번 비리의 구체적인 피해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사실 원전 비리의 피해규모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비리와 부정부패가 워낙 오랫동안 유·무형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인데요. 지난 국정감사 당시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검찰의 기소액수를 기준으로 총 139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전력난을 극복하고 운전을 멈춘 원전을 복구하는 비용 등을 따지면 피해규모는 더 커집니다. 우선 한수원 자료를 보면 원전이 고장을 일으켰을 때 이를 수선유지하는 비용이 들어가는데요. 한수원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올해 정부는 원전 운전복구와 각종 시설보수에 5322억원을 썼습니다. 최근 3년 동안으로 계산하면 무려 2조에 달합니다.
 
올여름 원전이 10기나 멈추면서 약 1000만㎾의 전력공백이 생겼는데요. 이는 고스란히 민간발전사에 돈을 주고 전기를 사오는 비용으로 나갔습니다. 또 절전에 앞장선 기업에는 보조금까지 줘야 했는데 이를 다 따지니까 상반기에만 무려 3조원을 썼습니다.
 
하지만 원전 비리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는 아예 추산도 불가능합니다. 정부 지출은 물론 원전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저하,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부담, 원전기술에 대한 국가 신용 하락 등은 당장 구체적인 액수로 계산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를 최소한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네. 문제가 심각한데요. 정부는 원전 비리가 드러난 직후 비리 종합방지 대책 등을 내놓고 사고를 척결하겠다고 했는데요. 어떻습니까. 성과는 있었나요?
 
기자: 네. 원전 사고 후 정부의 대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반성 없이 땜질처방’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데요. ▲비리 관계자 문책 ▲원전 부품구매·시설관리 제도개선 ▲원전 비리 근절대책 마련 등이 실상 모두 공염불에 그칠 처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원전 사고 후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적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 직후에 한수원과 한전기술(052690),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등 원전 공기업에서는 1직급 이상 전 간부가 사표를 제출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사직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9월까지 총 93억여원의 급여를 받아갔습니다.
 
특히 원전 비리로 해임된 한수원 직원 37명은 한수원에서 24억여원의 퇴직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원자력공학 전공자와 원전 이해관계자들끼리 뭉친 '원전 마피아'도 뿌리 뽑지 못했는데요. 정부는 지난 8월 제2기 원안위를 구성하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출신과 전 한전연료 사장을 비상임위원에 참여시켜 논란을 빚었습니다.
 
원전 관리제도 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지난 10월 외국의 제3기관에 국내 원전 품질검증을 의뢰한다며 영국의 로이드 레지스터(Lloyd's Register)社를 검증기관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렇지만 로이드社가 정부에 제출한 검증실적서를 보면 이들은 원전과 무관한 선박검증 기술시험 실적을 인정받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실상 원전 검증 자격이 없는 겁니다.
 
또 앞으로 로이드社가 꾸릴 ‘제3기관 전담팀'이라는 것도 34명 중 해외인력은 5명이고 나머지는 한수원 협력업체의 국내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증기관만 외국업체고 사실상 검증은 국내 인력으로 충당하는 것인데 결국 또 원전 마피아 논란이 생길 게 뻔합니다.
 
앵커: 네. 올 한해를 정말 원전 공포로 몰아넣은 정부인데 수습대책이라는 것도 참 부실하네요. 국민적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요.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정확하게 지적해주셨는데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터진 원전 사고, 그 뒤를 이은 부실한 수습대책은 반핵운동에 불을 붙였습니다. 지난달 정부가 낸 2차 에너지기본계획 정책제안에서도 원전 비중을 20%대로 줄이기로 했는데요. 이것 역시 원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정부가 의식한 탓입니다.
 
원전을 아예 폐쇄하자는 탈원전 주장도 힘을 얻고 있는데요. 환경운동가 출신인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신규 원전 건설계획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이를 국가 에너지정책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송전탑 설치 문제를 놓고 반핵운동이 가장 크게 일어난 밀양에서는 정부가 송전탑 공사를 위해 공권력을 투입해 주민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여론까지 생기면서 탈원전 운동이 점점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다. 실제로 밀양을 취재한 결과 주민과 탈원전 시민단체들은 “정부 정책에 원칙이 없다”며 “세계적인 탈원전 추세에서도 우리나라만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또 정부와 발전업계의 유착관계도 제기했습니다. 전력수요가 줄어 발전소를 덜 지으면 에너지 공기업과 발전사가 돈을 못 벌기 때문에 정부로 하여금 전력위기설을 퍼트리고 원전을 더 짓게 한다는 겁니다. 이정도로 원전에 대한 불신과 정책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앵커: 네. 그렇다면 정부가 이제 원전을 좀 포기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싶은데요. 원전 비중 축소 이후에 대한 정부이 입장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결론을 말씀드리면 원전 감축은 있어도 완전 폐기는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사실 정부가 원자력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단 원자력이 석탄연료보다 가격이 싸고 환경오염도 없다는 장점이 있구요.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에 비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 상용화가 쉽다는 점이 경쟁력입니다. 이런 점은 국민들도 잘 알고 있어서 원전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이 주로 강조하는 게 이런 점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자주개발률이라는 게 있는데요. 한 나라가 외국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에너지원과 기술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석탄화력이 고갈되면 대체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인데요. 정부로서는 현재 원전이 가장 자주개발 가능성이 큰 발전방식인 겁니다.
 
앵커: 그러나 지금처럼 원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크고 사고 위험성도 높다면 원전에 대한 현명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정부의 원전 정책. 어떻게 단추를 꿰야 하나요?
 
기자: 네. 에너지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게 바로 사회적 합의입니다. 원전이 정말 미래 에너지정책의 대안이라면 그 필요성을 진정성 있게 알리고 원전과 관련된 정보는 가감 없이 공개해 원자력 활용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흔히 원전 해체 또는 철거라고 부르는 폐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원전이 무한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보통 60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수명이 다한 원전을 어떻게 해체하고 핵폐기물을 어떤 방식으로 처치할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수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수명이 끝나는 원전이 무려 12기입니다. 1기의 원전을 해체하는 데만 6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대책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자체가 영원한 대안은 아니기 때문에 지나치게 원전에만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원전에 중점을 두되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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