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해외에서 고속성장을 이어가던 현대·기아차가 최근 중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내수시장의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해 왔던 현대·기아차에 최근 들려오는 해외에서의 고전은 진퇴양난으로 여겨진다. 해외마저 막힐 경우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은 더욱 짙어졌다. 안팎에서 가로막힌 벽에 현대·기아차의 난감함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유럽시장 점유율이 16개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유럽에서 6만1855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소폭 하락한 실적을 보였다.
현대차의 부진이 컸다. 현대차는 전년 동월 대비 2.3% 하락한 3만3038대, 기아차는 2.5% 증가한 2만8817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005380) 3.2%, 기아차(000270) 2.8%로, 총 6.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5.9%) 이후 최저치다.
반면 폭스바겐그룹(5.7%), 르노그룹(14%), 다임러그룹(7.0%), 도요타그룹(16.5%), GM(6.2%) 등 내로라하는 경쟁사들은 판매량이 5% 이상 급증하면서 현대·기아차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업계에서는 “침체에 빠졌던 유럽 자동차 시장이 차츰 회복하면서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만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에서도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지난달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2개월 연속 2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이징현대차와 동펑위에다기아차의 판매 성장세는 여전히 한자릿수에 머물면서 시장 평균치보다 낮게 집계됐다. 판매량은 소폭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남들 성장 폭에 못 미치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10.5% 증가했지만, 현대차(5만4000대)는 6.5% 성장에 그쳤다. 기아차(4만대)는 오히려 6.4% 판매량이 줄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유럽 슬로바키아에 있는 현지공장을 방문했다.(사진=현대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유럽법인 방문 당시 “해외시장에 답이 있다”며 “재도약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강도 높은 주문을 내놨다. 재도약의 기반도, 성장의 답도 모두 해외에 있다는 일종의 질책으로, 선제적 대응에 대한 지시로 받아들여졌다.
업계 전문가는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쏘나타 등 주요 모델의 노후화,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저하, 2011년 대지진으로 주춤했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거센 공세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최근 들어 시장 점유율이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올해 신차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내년 쏘나타가 출시되면서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며 "해외공장의 신·증설로 양과 질적 면에서 지속 성장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려를 넘어선 우려는 오히려 현대·기아차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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