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준양
포스코(005490) 회장 후임에 김원길 국민희망포럼 상임고문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 수장 자리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줄곧 내부인사가 차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내정설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권 출신으로 외부인사인 그가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확정될 경우 내부 충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15일 정준양 회장의 전격 사의 표명 이후 포스코 안팎에서는 포스코 내부인사와 정치권 출신 등 10여명이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내부 인사로는 사내 등기이사인 김준식, 박기홍 사장과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사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대표이사가, 외부 인사로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진념 전 부총리, 김원길 국민희망포럼 상임고문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청와대가 김 고문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사실상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보은인사, 밀실인사 논란과 함께 이번에도 어김없이 포스코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0년 민영화 이후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돼 온 잔혹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김 고문은 기업인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대한전선 부사장, 청보식품 사장, 중앙증권일보 사장을 거친 뒤,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14대부터 16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고, 국민의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DJ 사람이었던 그는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탈당, 정몽준 후보 편에 섰다. 이후 노무현 후보가 단일후보로 본선에 진출하자 한나라당에 전격 입당했다. 철새 행적 때문에 2004년 총선에서 시민단체 낙선대상에 오르기도 한 그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최대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에서 박 후보를 도왔다.
공천학살로 표현되는 2008년 4월 총선 직후 설립이 추진된 국민희망포럼은 전국 16개 시도지부 지역조직을 바탕으로 회원수를 40만명까지 끌어올렸다. 지역조직 중 충청권은 친박계 인사인 김학원 전 최고위원을 비롯해 고문으로 김용환 전 재무부 장관이 참여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전형적인 박근혜 사람이다. 특히 박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7인회의 좌장으로 불리며, 포스코 원로그룹인 중우회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졌다. 7인회 멤버로는 그 외에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강창희 국회의장 등이 있다.
일찍이 포항제철부터 인연을 이어왔던 터라 이번 포스코 회장 인선을 두고 정재계 안팎에서는 김용환 전 장관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중우회 일각에서도 김 전 장관이라면 별 다른 잡음 없이 인선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까지 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라면상무에 공정위 자료 허위 제출 등 도덕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악화된 경영실적과 재무구조 등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출신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부인사라야 개혁의 칼을 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정준양 회장은 지난 15일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게 회장직 사의를 밝히면서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차기 CEO를 선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CEO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CEO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하고, 해당 후보가 사내이사로 선임될 경우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내이사 중에서 회장을 선임하지만 외부인사도 사내이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부에도 포스코의 회장 자리는 열려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단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외부인사가 포스코 회장에 낙점된 바는 없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영선 이사장(전 한림대 총장)을 비롯해 한준호 삼천리 회장, 이창희 서울대 교수,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사장,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 등이다.
한편 재계 관계자는 김원길 고문 유력설과 관련해 "아직 CEO후보추천위도 안 열렸는데 무슨 임명직도 아니고"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준양 회장이 MB정권의 핵심 실세였던 영포라인을 배경으로 회장직에 오른 전례를 아는 만큼 정치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