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했던 니콘, 결국 테이블로..해결의지는 의문
2013-11-22 14:20:00 2013-11-22 15:55:39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니콘이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출시한 D600에서 셔터막 갈림 현상과 오일스팟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용자들의 지적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니콘이 결국 문제를 테이블 위로 올렸다.
 
최근 D600 사용자들이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니콘을 고발하거나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갈림현상에서 오일스팟으로 문제 '확대'
 
최근 SLR클럽 등 카메라 커뮤니티에 니콘 D600과 D7000, D7100으로 찍은 사진에 검은 이물질이 함께 찍혔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일명 '갈갈이' 현상으로 불리는 셔터막 갈림현상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 셔터막이 작동하는데, 이때 발생한 마찰로 인해 먼지가 CMOS 이미지센서에 달라 붙는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 말 D600이 출시된 직후부터 불거졌다. 통상 3000장 정도 사진을 찍으면 마모 가능성이 낮아진다. 하지만 D600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촬영 횟수가 많아질수록 갈림 현상이 더 심해진다는 게 중론이다.
 
◇셔터막 갈림현상과 오일스팟 현상(사진=SLR클럽)
 
잠잠했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 10월 니콘이 신제품 D610을 내놓으면서다. 이와 동시에 D600은 사실상 단종됐다. 출시 1년 만이다.
 
D600 한 사용자는 "갈갈이 현상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나 대응조차 없었던 니콘이 갈갈이 문제를 개선해서 D610을 출시했다"며 "수백만원을 지불하고 오류 잡아주는 니콘 마루타가 된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 당시 D600은 200만원이 넘는 고가에 판매됐다.
 
이에 니콘은 신제품 출시 사이클이 짧아짐에 따라 주기상 신제품이 나올 시기였다고 항변했다. 니콘 관계자는 "플래그십 모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종은 신제품 출시 주기가 1년이 채 안 된다"며 "D610은 D600에 비해 연사속도가 향상되고 정숙모드가 추가됐다"고 말했다.
 
이후 온라인에는 셔터막 갈림현상을 증명하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당시 니콘 관계자는 "니콘뿐 아니라 다른 회사 제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온라인상에는 불만글이 많지만 실제로 서비스센터에 제품을 들고와서 접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D600 사용자들의 말은 다르다. 사용자 몇몇이 니콘서비스센터에 항의를 해봤지만 센터는 '셔터막갈림 현상은 정상적'이라는 답변만 내놨다는 것. 당초 갈갈이 현상만 논란이 됐으나 시간이 흘러 기름이 튀어 점점으로 보이는 오일스팟 현상까지 발생하자 불매 운동으로 갈등이 비화됐다.
 
이후 D600 사용자들은 소비자보호원에 구제를 요청했으며, 공정위에 니콘을 허위·과대 광고로 고발했다.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니콘 D600·D800· D7000·D7100 셔터막 갈림과 오일스팟 고발'이라는 청원글도 올라왔다. 22일 오후 1시30분 현재 1244명이 서명했다.
  
◇니콘, 소비자들과 대면 예정 "날짜 조율중"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결국 니콘이 손을 내밀었다. 니콘 DSLR 피해자연합과 니콘 과장 이상급 관리자들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12층에서 면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현재 날짜는 조율 중이다. 오는 30일 또는 내달 1일 중 결정될 예정이다.
 
니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세한 설명을 요청해왔다"며 "서면이나 전화상으로 이야기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정확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에서 면대면으로 얘기를 하는 게 어떻냐고 의견이 모아져서 현재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SLR 클럽은 "니콘 고위 관리자들이 니콘이미징코리아의 신뢰 실추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며 "사건을 좋게 마무리 짓고 싶다"고 전했다.
 
◇니콘이미징코리아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글
 
니콘은 이날 오후 1시쯤 공식홈페이지(http://www.nikon-image.co.kr/)를 통해 '니콘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 D600을 이용하시는 고객 여러분께'라는 글을 게시했다. D600 정품 등록을 한 이용자들에게는 개별로 이메일도 보냈다.
 
이는 지난 2월22일 니콘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과 같다. 최근 셔터막과 오일스팟 관련 논란이 커지자 재공지한 것이다.
 
D600 사용자 오모(28세)씨는 "니콘 유저들이 화가 났던 건 갈갈이 현상이 발생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을 대하는 니콘의 태도였다"며 "이제라도 반응을 보이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9개월 전에 올린 내용 그대로 제일 위에 올려 놓은 거 봐서는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어이 없다"고 말했다. 기대감을 가질 수 없는 태도라는 지적.
 
◇해외 조용한데 우리나라만 '논란'..왜?
 
D600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니콘 카메라 정보를 다루는 사이트 해외사이트 니콘루머스(Niknrumors)와 해외 카메라 리뷰사이트인 디피리뷰(dpreview)에도 비슷한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니콘루머스는 "센서 왼쪽 상단에 반점이 위치하고 있다"며 "이 같은 먼지·오일스팟 문제가 아마존이나 다른 사이트에서도 널리 보고됐다"고 전했다.
 
D600 사용자를 대상으로 ▲먼지나 오일스팟 문제를 겪어봤는지 ▲수리를 위해 제품을 센터로 보낸 적 있는지 ▲수리 후에도 이런 현상을 여전히 겪고 있는지 등의 설문 조사도 진행됐다.
 
◇D600 결함에 대한 설문조사 내역(사진=니콘루머스)
 
논란이 확산되자 니콘은 올 2월 공식 서명을 통해 처음으로 D600 카메라 내부의 센서 먼지· 기름 반점 문제를 언급했다. 이날 니콘이미징코리아가 홈페이지에 재공지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이후 해외에서는 이 이슈가 더 이상 수면 위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최근 우리나라 D600 사용자가 이 내용 관련해서 동일 사이트에 또 한 번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국내만큼 반응이 뜨겁지는 않다.  
 
D600에 대한 해외와 국내의 불만 강도가 다른 것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첫째는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의 환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보다 인터넷 환경이 좋다보니 블로그나 카페, 사이트 등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문화가 잘 발달돼 있다"며 "일부에서 강하게 발언하면 의견이 잘 모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카메라 먼지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이 지목됐다.
 
모니터나 TV의 경우 공식적 기준은 없지만 업계 자체적으로 불량화소 기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비해 카메라 먼지 기준은 전무한 상황. 때문에 사용자에 따라 체감하는 불편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메라업계 관계자는 "과거 캐논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특히 얼리어답터가 많고 기기에 대한 의견 공유를 많이 하기 때문에 외국회사들은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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