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20대의 눈으로 바라본 노년의 삶은 어떨까? 아직 몸이 건강한 20대들이 노인의 눈높이에 맞춰 제품을 직접 구상하고 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공평동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에서 열린 카이스트(KAIST)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전 '디자인 100―디자인으로 행복한 100세'전(展)에는 그동안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소한 배려가 가득했다. 학생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날카로운 관찰력으로 노인들을 위한 멋진 작품들을 쏟아냈다.
이태규(26) 씨의 작품 '헤드 윈드(Head Wind)'는 스탠드 형의 헤어드라이어다. 스스로 서있기 때문에 사용자들는 머리를 말리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손에 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바닥에 놓고 높이와 각도를 조정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씨는 "흔히 '어르신들의 관절 문제'라고 하면 무릎관절만을 떠올리지만 나이가 들면 무릎 뿐만 아니라 어깨와 팔 관절도 상하게 된다"며 "어깨와 팔에 무리가 가는 일상생활을 생각하다보니 머리 말리는 헤어드라이기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쉽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작품도 있었다. 노세영의 작품 '드로피(Dropi)'는 혈당기와 체혈기가 합쳐진 형태다. 빛을 이용해 환자의 자가 혈당 측정 상태를 알려주고 혈당 측정 결과를 클라우드데이터베이스에 전송해, 병원에서 인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수발자와 피수발자가 모두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욕조 '이지 텁(Eazy tub)', 마트에서 집까지 쉽게 물품을 운반할 수 있는 쇼핑 카트 '카토(CARTO)' 등이 눈에 띈다.
각 작품마다 노인들의 불편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고스란히 엿보였다.
이 씨는 "어르신들을 많이 찾아뵙고 얘기를 나눠보면서 그분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많지만 그것을 도와줄 수 있는 제품들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졸업전 '디자인 100―디자인으로 행복한 100세'전(展). <사진=양예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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