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계속되는 인명사고에 현대제철의 안전관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1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올해만 벌써 4번째 인명사고다.
지난 5월 아르곤 가스 누출로 5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현대제철은 수차례에 걸쳐 안전 대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고 했지만 1주일 간격으로 또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주장은 변명으로만 그치게 됐다. 허울뿐인 대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향해 ‘근로자의 무덤’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하는 실정이다. 총체적으로 안전관리가 심각한 부실 상황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현대제철과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3시53분쯤 충남 당진 현대제철 철근공장(철근제강부) 지붕 위에서 정기 안전점검을 하던 현대종합설계 소속 노모(38) 과장이 20m 아래로 추락, 지상 40m 구조물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 과장은 사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노 과장이 구조점검을 위해 공장 지붕 상판에 올라 작업하던 중 플라스틱 재질의 채광판을 밟았다가 채광판이 부서지면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회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지난달 26일 당진공장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일어난 가스 유출 사망사고 관련,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사고 당시 당진공장 내에는 고용부 천안지청에서 나온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직원 등이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6일 현대제철 내 그린파워발전소에서 부생가스의 일종인 BGF가 누출돼 근로자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인명사고가 있었다.
현대그린파워는 현대제철과는 분리된 별도 법인이지만 현대그린파워가 현대제철 당진공장 내에 위치하고 있고, 현대제철이 29%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사실상의 관계사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지난 2일 추락사가 발생한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공장 전경(사진=뉴스토마토자료)
불과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도 현대제철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는 논평을 내고 “현대제철은 양심이 있다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누군가는 반드시 법률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장 가동을 중단해서라도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3일 논평을 통해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지난해부터 감전, 추락, 질식 등 각종 안전사고로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노동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종합대책을 세우겠다던 현대제철 경영진은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노동자들의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공장가동을 일시 중단해서라도 철저하고 종합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금속노조도 “현대제철은 지난 5월 가스 질식사망 참사 뒤 가스 위험작업 안전수칙과 밀폐공간 작업 안전수칙 등 안전기준 마련과 시행 여부를 점검하고 관리 독려했어야 마땅했다”며 안전조치 위반 및 도급업체 안전관리 등 위법사항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처벌을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촉구한 바 있다.
이 같은 강도 높은 비난은 앞서 5월 아르곤 누출사고로 인한 사망사고 이후 회사 측의 안전대책 마련과 고용부의 특별감독에도 개선된 점이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사고 역시 현대그린파워가 작업자들에게 휴대용 가스누출 감지기를 지급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회사 측이 5월 이후 새롭게 수립하고 실천했던 안전관리 활동의 효과가 전무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아르곤 누출사고 이후 고용노동부는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을 실시해 현대제철 898건, 협력업체 156건, 건설업체 69건 등 총 1123건의 산업안전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고용부는 이중 574건에 대해서는 사법처리하고, 476건에 대해서는 6억7000만원의 과태료 부과했으며, 개선이 필요한 916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명령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9월 고로 3기 가동 및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합병 등을 통해 세계 10위권 제철소로 부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외형을 키우는 만큼 내실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비판의 본질이다. 세계 10위의 일관제철소라는 타이틀을 얻기 전에 ‘근로자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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