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우리나라는 사상 첫 무역 트리플크라운을 눈앞에 뒀다. 사상 최대 무역흑자, 수출입 1조달러 돌파, 3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이 확정적.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2020년까지 무역 2조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나치게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이 빗발치게 추진되는 한편 무역장벽은 날로 높아지는 추세. 더구나 중국의 추격, 對일본 적자 등의 고질적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 무역흑자 누계는 총 405억5000만달러로 우리나라가 지난 2010년 달성한 411억7000만달러에 육박했다. 또 11월까지 수출입 총계는 9828억5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연도별 무역수지 누계(단위: 억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수치만 보면 지난 2000년(무역규모 3000억달러)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 권오정 산업부 무역정책과장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선진국 경제회복 지연과 일본의 엔低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며 "1964년 수출 1억달러를 넘긴 후 2012년까지 연평균 19.2%의 수출증가율을 기록하며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5일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박 대통령은 "신흥국의 기술 추격과 글로벌 경쟁 등을 극복하고 무역을 통해 경제부흥을 이루는 제2의 무역입국을 향해 나아가자"며 "2020년까지 무역규모 2조달러를 달성해 세계 무역 5강에 들어가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수출이 10년 뒤에도 호황을 누릴지는 미지수다. 무역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이슈와 정부의 대응방향에 따라 고비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선 최근 글로벌 경제를 급속히 재편하는 동시다발적인 FTA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구촌이 미국과 중국, 유럽 등 3대 지역을 중심으로 한 거대 경제권으로 묶이면 낮은 관세 등으로 거래비용은 줄지만 자칫 국내 시장이 잠식될 우려가 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통합모형(자료=산업통상자원부)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9개 지역과 FTA를 맺었고 중국 등 10여개 국가와는 협정체결을 협상 중인 상태.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문을 여니까 우리도 같이 열자는 모습"이라며 "우리와 산업구조, 수출품이 겹치는 중국, 일본이 있는데 국내 보호대책 없이 문을 열면 시장을 다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참여의사를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일본과의 관계는 우리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우리의 주력수출 분야인 소재·부품, 기계, 자동차 등에서 일본이 기술·가격 경쟁력 우위를 보이기 때문에 관세철폐 효과를 타고 당장 일본산 제품의 수입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對일 무역에서 연평균 300억달러 규모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최근 對일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인데 TPP 체결로 관세가 없는 상황에서도 무역흑자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분석했다.
자유무역과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추세도 수출전망을 흐힌다. 미국과 EU 등은 자국에 유리한 산업에는 자유무역을 외치지만 불리한 산업에는 기술규정, 표준·인증절차 등 기술장벽 쌓고, 반덤핑이나 세이프가드, 상계관세 등 비관세장벽도 높다.
◇연도별 세계무역기구(WTO) 기술규제 통보 건수(2012년 기준,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실제로 산업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 기술규제 건수는 1560건으로 매년 증가세며, 미국과 EU의 건수는 각각 104건, 78건으로 전년보다 165%, 120%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8월 기준 국산 제품에 대한 해외 비관세장벽은 21개국 134건이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보호무역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부른 역설"이라며 "기술규제와 비관세장벽은 내용이 복잡하고 사안마다 상황이 달라 개별 대처가 어려우므로 정부가 나서서 해당 국가와 통상협력 문제를 의제화하거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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