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한 평생을 아프리카 사람들을 위해 투쟁하는데 헌신했다. 나는 백인 우월주의와도, 흑인 우월주의와도 싸워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사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오후 8시50분 세상을 떠났다. 그의 타계 소식에 전세계가 슬픔에 잠겼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오후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의 발표를 인용해 "오랜 지병을 앓아온 만델라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잠들었다"고 전했다.
주마 대통령은 TV 연설로 만델라의 서거 소식을 알리며 "남아공은 위대한 아들을 잃었고, 국민들은 위대한 아버지를 잃었다"고 슬퍼했다. 이어 "자유를 얻기위한 그의 투쟁은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만델라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진=로이터통신)
주마 대통령은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의 장례가 국장으로 치러질 것"이라며 애도 기간 중에는 조기를 게양할 것을 요구했다.
남아공 전역은 슬픔에 잠긴 채 "전설이 떠나갔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음식점과 나이트클럽 등 도 시끄러운 노래 대신 나직이 울리는 음악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빌라카지에 위치한 만델라의 옛 집 근처에도 군중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남아공 국기를 집 주변에 내려놓고 '만델라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었네'와 같은 노래로 슬픔을 달랬다.
◇추모 메세지 이어져.."정의의 거인, 위대한 빛"
세계 주요 인사들의 애도 메세지도 전해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넬슨 만델라는 정의를 위한 거인이었다"고 생전의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정의를 위한 믿음과 꿈, 인류애가 무엇인지를 세상에 보여줬다"고 전했다.
앞서 UN안전보장이사회는 남아공 대사가 전한 만델라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에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수 초간 묵념을 갖기도 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 성명을 통해 "넬슨 만델라의 업적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의 인생을 상상할 수도 없다"며 "그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카메룬 영국 총리는 개인 트위터에 "위대한 빛이 떠났다. 만델라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었다"고 적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주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조전을 통해 "중국 정부와 국민들을 대표해 만델라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만델라는 고통을 겪고있는 남아공 국민들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고 평했다.
중국 외교부도 "만델라는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라며 "남아공 정부와 국민들, 그리고 만델라의 유족들에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한 남아공 민주화의 기둥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18년 남아공 동남부에 위치한 음베조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 등장한 만델라, 생전 마지막 공식 석상이다. (사진=로이터통신)
그의 젊은 시절은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선 투쟁으로 가득하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끌며 흑백차별 정책에 대항을 했고, 그 댓가로 무려 27년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1990년 석방 이후에도 합법 조직으로 인정받은 ANC를 발판으로 인권 운동을 계속했고, 1993년에는 마침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당시의 남아공 대통령인 F.W 데 클레르크와 공동 수상한 것이다.
이듬해인 1994년 만델라는 남아공 최초의 민주 선거를 통해 5년 임기의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그는 흑인과 백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정책을 펼쳤고 용서와 화합의 지도자로 남아공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2004년 정계 은퇴 이후 만델라는 고향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05년 아들이 에이즈로 사망한 것을 계기로는 남아공의 에이즈 퇴치를 위해 힘을 쓰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중에는 결승전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대중에게 답하던 것이 공식 석상에서의 마지막 장면이다.
최근 몇 년간은 지병으로 수 차례 병원에 입원하며 위중설이 전해졌고 지난 9월1일부터는 요하네스버그 자택에서 요양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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