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 재판에서 '혁명조직'(RO) 관련 문건이 암호화 프로그램을 통해 겹겹이 은닉된 채 보관돼 왔다고 최모 국정원 수사관이 법정에서 자세하게 증언했다.
디지털 형식으로 된 해당 파일은 일반 폴더가 아닌 파일에 파일을 덧입히는 방식으로 저장돼 있는 게 특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10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의 내란음모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는 RO관련 문건이 암호화 프로그램을 통해 보관돼 온 것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국정원이 지난 8월28일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구속기소)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디지털 저장매체 10점을 분석한 결과 RO조직규율을 포함해 김일성과 김정일의 노작집과 회고록, 북한 원전 등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해당 문건은 보안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반 폴더가 아닌 일반 파일에 저장돼 있는 형식으로 보관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증언을 종합하면, 해당 파일은 이중삼중으로 암호화된 채 'mp3' 파일이나 'avi' 파일에 저장돼 있어서 일반적인 검색방법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일단 조 대표는 감추고자 하는 문건을 '트루크립트'(TrueCrypt)나 'PGP'(Pretty Good Privacy) 프로그램 등을 통해 1차로 암호화 했다.
이후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을 이용해 일반 파일에 이 파일을 덧씌워 2차로 잠금장치를 걸었다.
조 대표는 이 과정에서 총화서와 북한 원전 등을 '바비킴고래의꿈.mp3'와 '2am친구의고백.mp3' 등 음악파일을 이용했다. '아무도 말할 수 없다2006.avi', '어둠의자식들2009.avi' 파일 등이 이용되기도 했다.
이후 mp3파일이나 avi파일 등을 다시 스테가노그래피로 암호화해 3중으로 파일을 시건했다.
최씨는 이렇게 암호화된 파일을 역으로 풀어내면서 RO와 관련된 문건 83건을 확보했으며, 이중에는 김일성과 김정은 노작집과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 북한 서적과, '조직규율'이라는 중간 소제목이 기재된 RO와 관련한 문건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가운데 총화서 중 일부는 '통합진보당 회의록'과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 제하의 문건에 끼여 은닉된 채 발견됐다고 최씨는 전했다.
그는 일명 '이석기 경호대'의 산악훈련을 암시하는 '전시를 맞이하여 V(이 의원)님을 육탄으로 보위하자', '서북능선에서 훈련이 기억난다. 당시 눈이 많이 쌓여 발이 푹푹 들어갔다'는 내용의 문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조 대표가 설치해 사용한 한 보안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은 디지털 포렌식 업무에 7년간 종사하면서 처음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총화서에 작성자가 기재돼 있지 않은 점, 국정원의 복호화 과정에 입회인이 없었던 점, 상용화된 암호화 프로그램을 사용한 점 등을 문제로 삼았다.
재판부는 최씨가 작성한 수사보고서와 관련해 조 대표의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와 관련한 부분과 파일 출력물 일부를 제외한 전부를 증거로 채택했다.
◇수원지법(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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