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을 맞아 블랙박스가 차량 방전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관련 업계의 당혹감이 커졌다.
상시전원차단기능을 통해 차량 방전을 차단한다지만, 이 경우 주차 중 감시 기능은 포기해야 한다. 주차 중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기능 활용도가 높아졌고, 이는 차량 방전에 직결된다. 아직 차량 방전으로부터 완벽히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최근 손해보험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 1월의 긴급출동서비스가 426만1057건으로 다른 계절에 비해 긴급출동 횟수가 무려 62%나 많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의 배터리 방전 긴급출동 비율이 전체의 55%를 차지했는데, 주된 원인으로 블랙박스가 꼽혔다. 시동이 꺼져 있을 때도 촬영이 가능한 '상시전원장치'로 인해 배터리 소모량이 늘어난 탓이다.
◇블랙박스 필요성이 커지면서 시장 역시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한국소비자원이 블랙박스 제품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한국소비자원)
블랙박스는 차량 운행으로 충전이 가능한 차량용 배터리 전원을 사용하는데, 겨울처럼 기온이 낮아지는 환경에서는 지속적으로 작동되는 블랙박스가 차량의 방전을 앞당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방전방지 기능을 넣은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배터리 방전방지 기능이란 주차중 녹화시 차량 배터리 전압이 일정 전압 밑으로 내려가거나 일정 시간이 경과면 블랙박스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돼 차량의 배터리 방전을 막아주는 기능이다.
이 또한 차량 방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어 상시전원차단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방전방지 기능으로 블랙박스 전원이 차단되면, 블랙박스 본연의 기능인 주차모드에서의 촬영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주행 중 사고영상 확보뿐 아니라 밤이나 새벽에 뺑소니 등으로 인한 소위 '야간테러'를 막기 위해 블랙박스가 유용하다는 점에서 이는 필요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업계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전압을 줄이려 노력하고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답이 없어 우리로서는 숙제이자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차량 방전의 주범이 블랙박스로 지목된 데 억울함을 표명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블랙박스가 차량 방전을 초래한다기보다 방전 시기를 다소 앞당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블랙박스는 현재까지 애프터마켓 판매만 이뤄지고 있다. 블랙박스 기술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차량에 사전장착(비포 마켓)했을 때 초래되는 문제를 완성차 업체가 보장할 수 없기 때문. 안정성에는 블랙박스 전원으로 인한 차량 방전문제도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출퇴근시 운전하는 정도로는 방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블랙박스 자동전원차단이 자주 발생한다면 차량 배터리 교체 주기 시기가 왔다고 간주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블랙박스를 통해 우회적으로 배터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전을 늦추는 방법으로, 일부 소비자들은 보조배터리를 별도로 구매하고 있다. 3~4일간 주행 없이 주차를 해놓을 경우 블랙박스의 전원이 차단될 수 있지만 보조 배터리를 장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차단 시간을 늦출 수 있다. 다만 이는 비용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업계에서는 낮은 전압으로 구동이 가능한 블랙박스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당분간은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블랙박스를 꺼둔 채 장기간 주차할 경우 지하주차장 같은 안전한 곳에 주차해 사고로부터 차단하는 스스로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품 사양마다 소요전압이 달라 구입시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화질이 높고 채널과 부가기능이 많을수록 전압을 많이 차지한다. 신제품이라 해서 저전압 제품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일 운행하지 않거나 운행 시간이 짧은 경우 상시전원을 사용하지 않는것이 바람직하다"며 "본인이 선택한 블랙박스의 전력소비량을 알고 사용해야 주차녹화기능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결국 부담도, 책임도 소비자의 몫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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