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기능을 하나로 묶은 제품이 등장하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해당 업체는 기능 업그레이드를 통한 시장의 성공적 진입을 목표로 삼았다. 기존 업체들은 아이디어 면에서는 신선하고 획기적이라면서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혹시 있을지 모를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업계 관심은 자연스레 블랙박스로 옮겨갔다. T맵의 출현은 대체제 사용으로 소비자들을 이끌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합제품'의 등장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지만 소비자 사용환경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왼쪽부터 각각 하이웨이브의 '타임키퍼', 피타소프트의 '블랙뷰'(자료제공=각 사)
최근 피타소프트와 하이웨이브는 SK플래닛과 내비게이션 T map(티맵) 연동 서비스 제휴를 맺고, 내비게이션 음성 및 화면기능을 탑재한 블랙박스를 내놨다. 피타소프트와 하이웨이브는 각각 '블랙뷰 와이파이 티맵', '타임키퍼'를 출시했다.
피타소프트는 블랙박스를 통해 T map 음성안내를, 하이웨이브는 블랙박스에 설치된 4인치 LCD를 통해서 T map 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두 제품 모두 운행 중 충격이 감지된 블랙박스 영상은 T cloud 설정을 통해 자동으로 업로드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두 제품 모두 스마트폰에 'T map’ 앱과 'T map Blackbox+' 앱 두 가지를 설치한 후 이용해야만 한다. 'T map Blackbox+' 앱은 현재 SKT 통신사 고객(안드로이드 기기)에만 지원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향후 타 통신사 이용고객을 위한 버전이 나올 것으로 업체는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최고의 통신형 내비게이션 서비스로 인정받고 있는 티맵 서비스를 블랙박스에 탑재했다"면서 "내비게이션 구입 비용을 절감해 많은 운전자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시장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변화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내비게이션 시장이 쇠퇴기에 접어든 만큼 "2~3년 전이었다면 획기적이었겠지만 지금은 좀 늦은 감이 있다"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산업을 통틀어서 컨버전스 개념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가 일견 궁합이 잘 맞아 보이지만 사용 목적과 기능이 워낙 달라 컨버전스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및 블랙박스 업체에서는 이 두 기능을 섞는 아이디어에 대해 여러해 전부터 고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업체들로서는 굳이 두 제품을 하나로 합쳐 시장을 줄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라이센스 제품을 사용해 원가가 상승하는 측면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이 없는 약 40% 차량을 타깃으로 한 특출한 차별화 전략"이라면서 "기존 업체들로서는 더 작은 시장을 타깃으로 시장에 진출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기술의 진화만큼 소비자의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령 하이웨이브의 타임키퍼의 경우 블랙박스에 LCD 창이 탑재돼 있다. 이를 두고 이미 차창 아랫부분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화면에 익숙한 소비자들로서는 룸미러 쪽에 설치된 길안내 영상을 보는 것이 생소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차량용 기기가 '하나'로 통합되어가는 추세 속에서 과도기 제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비게이션 시장과는 반대로 블랙박스 시장은 성장세다. 2011년과 지난해에 각각 50만대, 100만대가 팔렸고 올해는 150~200만대까지 판매될 것으로 점쳐진다. 블랙박스를 설치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각종 사고 예방과 사후 대책에 용이하다.
일각에서는 내비게이션 시장을 T맵이 대체했듯 블랙박스 시장 역시 스마트폰의 블랙박스 앱이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진화에 따라 시장이 변화하는 것이다. 시장을 지키고 또 다른 수요를 쫓는 몸부림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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