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분리냐 패키지냐의 매각방식에 따라 최종 인수자가 바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 원칙으로 내세웠던 패키지매각이라는 '시장룰'과 분리매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공적원칙이 맞부딪히고 있다. 이를 두고 유력후보인 KB금융과 농협금융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는 일단 농협금융과 KB금융 2파전으로 압축됐다.
패키지 전체 제안가격에서 농협금융은 1조500억원 수준의 가격을 써냈고, KB금융은 그보다 낮은 1조원 안팎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투증권만 따로 떼어놓고 봤을 경우 KB금융이 써낸 가격이 농협금융이 써낸 금액을 앞선다. 업계에 따르면 KB는 우투증권 인수에만 1조2000억원 넘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과 파인스트리트가 제시한 가격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KB지주는 패키지 대상인 아비바생명과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사실상 마이너스 인수가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분리매각 절차를 통해 우투증권 인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분리매각이 이뤄질 경우 전체 매각가는 NH가 써낸 패키지 매각가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패키지에 포함된 우리자산운용 인수에 뛰어든
키움증권(039490)이 최저 매각 기준가격(MRP)인 65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떼어내서 팔 경우 패키지가보다 더 높은 가격이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인수 후보자인 파인스트리트의 경우 유력 후보 대상자에서 밀린 상태다. 농협금융이 낸 패키지가격보다 적을 뿐더러, 향후 자금 조달 측면에서 밀린다는 점, 기존 원칙을 깨고 두개의 별도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 측으로부터 신뢰도가 깎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놓고 봤을 때 만일 우리금융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기존 패키지매각 절차를 고집할 경우 농협금융의 승리가 확실시 된다. 반면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라는 논리로 분리매각을 시행할 경우 우투증권은 KB금융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지주측은 실무진들과 사외이사들을 모아놓고 매각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매각방식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늦은 시각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공자위의 의결을 거쳐 패키지 해제를 검토할 여지도 충분히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매각절차를 놓고 인수전에 뛰어든 KB금융과 농협금융과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두 지주사 모두 '시장룰'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원칙을 내세워 매각 주체를 압박하고 있다.
분리매각이 실시될 경우 농협금융측은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패키지매각이라는 원칙을 정했으면 끝까지 가야한다"며 "시장에도 게임룰이라는게 있는데, 임의대로 원칙을 바꾸면서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금융쪽은 전혀 다른 논리로 맞서고 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패키지든 분리매각이든 중요하지 않고 시장원칙보다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공공의 이익이 앞선다"며 "최저 가격 이하로 팔아버리면 횡령, 배임 이슈가 불거질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투증권 우선협상대상자는 오는 20일 오후 4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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