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올해 18개월 연속 경기침체를 털어낸 유로존은 내수시장 회복에 힘입어 내년에는 1.0%의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맏형인 독일이 역내 경기 회복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경제 상태가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았던 재정 위기국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무역수지 흑자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필요 시 무제한국채매입(OMT)을 단행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유로화 강세와 유동성 우려감도 완화된 상태다.
그러나 유로존 은행권이 디레버리징을 진행하면서 기업 대출이 위축되고 여기에 극심한 실업 문제가 맞물려 내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재정 위기 국가에서 경기침체(디플레이션)가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부실자산이 누적되는 것도 문제다.
이같은 악재는 유로존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채권단에 또 다시 손을 벌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의 높은 실업률과 미약한 대출 활동이 문제로 남아있지만, 경기침체(리세션) 위기감이 사라진 이후의 장기전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1.0% 성장 전망..獨 주도의 완만한 성장세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 추산치인 마이너스(-)0.4%에서 크게 호전된 수치다.
재정위기국 부채문제가 일단락되면서 내수 경기가 호전되고 수출도 늘어난 덕분에 유로존 경제가 전반적으로 소폭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분기 18개월 연속 경기침체를 종료한 유로존은 지난 3분기엔 0.1%를 기록하며 두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률을 이뤄냈다. 내년 경제 또한 상승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 대목이다.
국가별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보면,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0.6%이니 내년엔 이보다 2배 넘게 성장한다는 뜻이다. 올 초반 유로존 긴축재정의 여파로 다소 위축됐던 투자와 소비가 내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제 2위국인 프랑스는 유로존 성장률과 동일한 1.0%에 멈춰설 것으로 보인다. 실업문제와 세금 인상 여파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도 올해 성장률 추산치인 0.2%에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것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나란히 경기침체를 탈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둘은 내수가 여전히 미약하지만, 수출이 증가하면서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은 -1.3%에서 0.2%로, 이탈리아는 -1.8%에서 0.7%로 각각 성장률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1.4%에서 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별 EU 주요국 경제성장률 (자료=KIEP)
유로존 재정위기의 근원지인 그리스와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던 아일랜드에서도 유로존 경기 회복에 청신호를 보냈다.
그리스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보고서를 내고 소비지출과 수출 증가로 2014년에는 7년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4일 아일랜드는 재정 위기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구제금융에서 공식 졸업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 흑자·내수 '호전'.. PMI 상승세 지속
경상수지 흑자가 내년도 유로존 성장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자료에 따르면 유로존의 경상수지는 지난 2011년 말부터 흑자로 전환한 이후 그 폭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자료=KIEP)
남유럽 국가들의 수출 물량이 경기회복을 견인하기에는 아직 미약하나, 적자 규모를 대폭 줄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해 1~7월 스페인의 무역적자는 6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의 무역흑자 규모는 41억유로에서 183억유로로 확대됐고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적자폭도 줄었다.
네일 윌리엄스 헤르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위기 국가들이 수년 동안 혹독한 긴축을 잘 견뎌냈다"며 "이들 국가들의 국가 경쟁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덕 대외경제연구원 유럽팀장은 "EU차원에서 봤을 때는 2011년 중반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이후 흑자기조가 이어지는 중"이라며 "독일의 무역수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수출 주도의 회복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내고 "남유럽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 전환에 따른 기업 경쟁력 향상, 미국 수요 확대, 유로화 절하 등을 바탕으로 수출이 유로존의 내년 성장세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유로존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가운에 내수 확대 기대감 또한 커졌다.
유럽연합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1월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0.9% 상승했다. 이는 전달의 0.7%와 전문가 예상치인 0.8% 모두를 웃도는 수준이다.
여전히 유럽연합(EU) 목표치인 2%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소비심리가 점점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CB는 유로존의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1.1%로 내다봤다.
최근 EU 주요국들에 대한 투자도 증가세로 반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옥스포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 2분기 투자는 0.3%로 4분기만에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됐다.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오른 것도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2월 마르키트는 제조업 PMI가 52.7로 전망치인 51.9와 직전월의 51.6 모두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6월의 44.0에 비해면 대폭 늘어난 수준.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이하면 위축을 말한다.
(자료=현대경제연구소)
CDS 프리미엄과 국채금리가 내려간 점도 빼놓을 수 없는 호재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은 그리스의 경우 지난 11월 말 658.1bp로 올해 1월 말의 4477bp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재정 위기국인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의 CDS 프리미엄 또한 안정되는 추세다.
이들 위기국들의 10년만기 국채 금리 중 그리스는 2012년 6월 27.8%를 기록한 이후 올해 10월 8.7%를 찍었다.
포르투갈도 같은 기간 10.5%에서 6.3%로 절반 가량 낮아졌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금리도 4%대로 하락했다. 이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유로존 회복의 발목잡는 실업률·은행권 혼란
문제는 여전히 유로존의 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유로존의 실업률은 12.1%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1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내년 실업률 전망치를 12.2%로 잡았다. EC가 종전에 추정한 실업률 12.1%보다 0.1% 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다.
(자료=현대경제연구소)
특히, 재정 위기국인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의 신규 일자리는 지난 2011년 1분기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중 스페인의 3분기 실업률은 26%로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그리스도 27%에 육박한다.
내년에도 실업률 문제는 유로존의 고질병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로존의 내수를 침체시키는 고용문제를 큰 문제로 꼽을 수 있다"며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이 20%를 넘는 등 고용부진이 심각한 수준이고 내년에도 이같은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유럽 은행권의 디레버리징이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위험과 함께 은행권의 부실이 금융권에 불안정성을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2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재정 위기국 금융기관의 60%가 '부정적 관찰대상(Negative Outlook)'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기관의 부실 문제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리스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2010년 9.1%에서 올해 1분기 동안 27.9%로 높아졌다.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위기국가 은행에 부실채권이 쌓이면 추가 구제 금융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아울러 디플레이션 우려감도 남아있는 상태. 비록 최근들어 유로존 전체 물가가 상승세를를 타고 있으나, 재정위기국을 중심으로 저조한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전년 동월 대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0%를 기록했다. 그리스는 -1.9%나 떨어졌다.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면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나, 위기국의 국가 재정 상황은 부양책을 쓸만큼 여유롭지 않다.
ECB가 선뜻 나서서 경기부양책을 쓰기도 쉽지않다. 주요국의 물가 추이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시 리엔 BK에셋매니지먼트 외환전략 책임자는 "유럽의 정책 결정자들에게 유럽이 차기 일본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지고 있다"며 "디플레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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