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기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누구 눈치보나
2013-12-27 17:03:24 2013-12-27 17:07:0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오는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소 비중을 20%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연내 발표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정부가 전력업계와 국민 여론 사이에서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애초 올해 중으로 2차 에기본 정부안을 수립·확정하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하기로 했으나 이를 새해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에기본 정부안을 검토할 녹색성장위원회도 위원장인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 각 부처 장관의 바쁜 일정 탓에 제대로 된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애초 지난 10월13일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 워킹그룹을 통해 2차 에기본 정책제안을 발표했으며 11월까지 국회 보고와 각계 의견수렴과 공청회를 진행하고 12월중 최종 정부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10월 발표한 정책제안과 산업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35년까지 국내 발전설비용량에서 원전 비중을 29%로 조정할 방침. 이는 2008년 세운 1차 에기본의 원전 비중(41%)보다 준 것은 물론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27%)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1·2차 에너지기본계획 비교(자료=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비중은 앞으로의 원전증설을 비롯 현재 갈등을 빚는 밀양 송전탑 문제와 원전 수출 등에 연쇄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사안인 데다 에기본에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중과 에너지 복지방안, 분산형 발전시스템 구축계획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최종 정부안이 어떻게 마련되는지에 대해 일반 국민과 발전업계의 온 관심이 쏠린 모양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 올해 상반기 원전비리 등으로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국민들과 일부 반핵운동 시민단체는 원전 감축에 절대 찬성하는 입장.
 
환경운동가 출신인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신규 원전 건설계획과 노후 원전 수명연장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이를 2차 에기본에 반영해야 한다"며 "전력난과 원전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에너지 산업과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혁신적인 전환을 시도하는 노력이 2차 에기본 수립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11일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에서 열린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 진행 중 원자력발전소 확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News1
  
반면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현재로서는 원전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환경오염이 적고 신재생에너지보다 가격이 저렴해서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가장 낮다는 것. 신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전원 등에서도 발전업계는 할 말이 많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인구가 늘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전력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어 전력공급을 확충은 불가피하다"며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획기적으로 연료비를 줄이는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투자, 민간 발전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2차 에기본 최종안 수립·확정을 서둘러야 하지만 오히려 국민 여론과 업계의 입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미적거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비중의 경우 정부는 지나친 원전 확대와 감축을 모두 지양하고 원전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온실가스 절감과 에너지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는 입장"이라며 "에너지기본계획은 국가의 장기적인 전력정책 비전을 세우는 것인 만큼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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